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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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진아 체험케’
“깨달음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생각에서 벗어난 상태가 유일하게 실재하는 상태입니다. 깨달음이라고 하는 행위는 없습니다.”(라마나 마하르쉬)

‘20세기 인도의 성자’로 불리우는 슈리 라마나 마하르쉬(Sri Maharshi Maharshi, 1879-1950). 유명한 오쇼 라즈니쉬는 그를 가리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분”이라고 극찬했고, 달라이 라마와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G. Jung), 인도철학자 라다크리슈난(Radhakrishnan) 등이 모두 그의 위대함을 높이 평가했으며, 그보다 열 살이 위인 마하트마 간디도 생전에 그를 매우 존경했다. 그가 입적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는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스승의 한 사람이며, 아루나찰라에 있는 그의 아쉬람에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오는 구도자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라마나 마하르쉬와의 대담>(원제 : Talks with Ramana Maharshi)은 국내에도 소개된 몇권의 그의 어록 중에서도 가장 방대하고도 널리 읽히는 주된 텍스트이기도 하다. 역자인 대성스님이 600쪽이 넘는 원서를 1년 가까이 완역하면서, 산스크리트로 된 전문용어들을 기존의 불교용어 등을 최대한 활용해 번역했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마하르쉬의 가르침은 종교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진아(眞我)를 직접 체험케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마하르쉬에 따르면, 사람들이 완전무결한 실재로서의 자신의 본성을 망각하고 생사윤회를 거듭하며 고통받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육체나 마음을 자기 자신으로 아는 무지 때문이다. 따라서 이 ‘육체가 나’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에고를 소멸하면 순수한 존재이자 의식인 ‘진아’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에고는 자신의 밖으로 세계를 투사하여 이 세계와 자신의 육체가 실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는 이러한 세계는 마치 꿈속에서 자신이 창조한 세계처럼 실재하지 않는 하나의 환(幻)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자신의 에고를 소멸하면, 이 물리적 세계 또한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소멸되고, 이때 자신의 참된 성품인 진아가 찬연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는 자신이 일체에 두루한 영원한 실재임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진아’는 단순한 ‘무아’ 개념의 상대어가 아니라‘ 유아와 무아, 비아와 비무아를 모두 넘어선 개념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이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생각으로 분별할 수도 없는 궁극적인 그 무엇, 즉 해탈 혹은 열반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불성, 본래면목, 한 물건 등으로 표현했고, 힌두교에서는 이것을 ‘진아’라고 불렀다. 즉 진아, 불성 등의 용어는 해탈의 상태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어떤 영원불멸한 실체의 있고 없음 그 자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용어도 언어를 넘어선 그 궁극의 상태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진아는 곧 진아가 아니니, 그 이름이 진아일 뿐’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에고를 소멸할 것인가? 라마나 마하르쉬에 따르면 에고를 소멸하는 가장 쉽고 직접적인 방법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탐구를 통해서 이 ‘나’라는 생각, 즉 에고의 근원을 추적하여 그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다. 요가(호흡제어와 마음제어), 헌신(신에 대한 숭배), 행위(사회적 봉사) 등 다른 모든 수행은 궁극적으로 이 ‘나는 누구인가?’의 자기탐구에 이르는 방편들이라 할 수 있다. 마하르쉬 자신은 이러한 수행 방편 가운데서도 주로 침묵을 통해서 가르쳤고, 그의 구두 가르침은 세계 각지에서 그를 찾아온 구도자들의 이런저런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으로 알려졌다. 그의 어록도 제자들이 정리한 것이며, 그 자신 종교적, 영적인 저작을 저술하여 대중적인 가르침을 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하르쉬는 뛰어난 깨달음의 지혜, 고매한 인격과 가장 단순한 삶의 방식을 통해서, 고대 인도의 위대한 종교적 전통을 현대에 재현해 보여줌으로써, 깨달음이란 이상과 실천이 지금도 유효함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집약되는 ‘자기탐구’의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여러 길들을 효율적으로 통합했다고 평가받는다.

라마나 마하르쉬와의 대담
무나갈라 벤까따라마이아 기록, 대성스님 옮김
탐구사
2만원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7-01 오전 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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