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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4년 조성한 고려 ‘변상도’ 발견
이번에 공개된 고려시대 변상도의 전체 모습.
원통(元統) 2년(1334년) 5월 원나라 황제의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벼슬에 있던 ‘독만달아(禿滿達兒)’의 요청으로 고려 사경승(寫經僧, 불경의 글과 그림을 필사하는 스님)이 그린 변상도(變相圖, 불교 경전의 내용이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불화)가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사>를 보면 원나라 황제가 충렬왕 때만 다섯 차례 200여 명의 일류 사경승을 공출할정도로 고려 사경승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나 발원자가 확실하게 밝혀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 시기 또한 가장 이른 것이다.

지금까지 원나라에 파견된 고려 사경승이 그린 변상도 가운데 가장 오래 된 보물 752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 권34>(호림박물관 소장, 1334년 9월 조성) 변상도의 경우 발원자 이름만 나와 있을 뿐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전윤수 아주문물학회 대표가 6월 23일 학계에 공개한 고려 변상도는 유상옥 한국박물관회장(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대방광불화엄경> 제15권 앞에 금가루로 그린 것이다. 가로 54cm, 세로 22cm 크기의 감색 종이에 현수(賢首)보살이 부처님을 찬양하는 장면 등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본문까지 포함한 전체는 가로 7.7m 세로 3.4m 크기로 두루마리 형태로 되어 있다.

변상도 오른쪽에 적혀 있는 110여 자의 발원문에 따르면, 원나라 원통 2년 5월에 ‘독만달아’가 발원해 조성한 것으로 나와 있다. ‘독만달아’는 영록대부 휘정원사(정1품으로 비서실장에 해당)와 연경사사(불경과 불사의 숙원사업을 관장하는 정2품 벼슬)를 겸하고 있던 원나라 최고위층 관료.

원로서지학자 천혜봉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우택 동국대 교수(고려불화) 등이 살펴본 결과 영록대부나 연경사사 등의 품계와 벼슬은 고려에는 없고 원에만 있던 것이기 때문에 발원자는 원나라 사람이 확실하다. 또한 감색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고려불화만의 특징이며 변상도의 화면 구성이 국보 206호 해인사 소장 <대방광불화엄경 제15권 변상도 목판>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고려 사경승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정우택 교수는 “발원자가 확실한 이번 변상도가 발견됨으로써 고려 사경승의 우수성이 확실히 밝혀진 것”이라며 “세필로 화려하면서도 치밀하게 묘사한 것이, 현존하는 고려 변상도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축에 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3-06-27 오후 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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