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승가사 시주 외압 혐의와 관련,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추가로 기소한 ‘강요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김병운)는 6월 26일 2차 심리를 열고 지난 12일 검찰(서울지검 형사9부)측이 증인으로 요청한 김석호(38, 전 공정위 기업결합과장) 씨에 대해 심문했다. 재판부는 또 전날 검찰이 강요죄 추가의 공소장 변경에 대해 심리하고, 7월 10일에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 전 공정위장 2차 심리에서 ‘대가성 유무’ 놓고 법정 공방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김 씨에 대해 2002년 5월 SK가 이남기 씨에 의해 외압 당한 상태였는지 SK텔레콤의 KT지분 인수와 관련,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하지만 검찰이 신청한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대가성 유무에 대한 김 씨의 결정적인 증언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증인 김 씨를 통해 “김창근 전 SK구조조정본부장이 승가사에 10억을 전달한 시점은 SK문제발생 2달 뒤”라며 “공정위는 문제가 된 SK의 KT지분 1.79% 매각처분과 관련해 공정위는 이미 내부 방침이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SK가 시주를 않았어도 불리한 조치는 없었을 것”이라고 확인해 이 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최후 진술에서 이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강요죄에 대해 “검찰이 사용한 ‘강제’, ‘겁먹은’ 등의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승가사 시주금은 불자인 내가 SK측에 권유해 자발적으로 시주한 것”이며 “공정위의 공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공동변론을 맡은 한부환 변호사는 심리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검찰이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을 예상하고 강요죄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고 스님, 검찰 오만과 직권남용 비판
한편 조계종 기획실장 현고 스님은 공판 직후 “공직자의 권선ㆍ시주 행위가 뇌물로 인정되고 처벌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시주금을 뇌물로 치부하는 것은 오만이며 불교음해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이라고 검찰수사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