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정에서는 매일 1인당 약 800원의 음식물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식량자원 낭비의 경제적 규모는 매년 15조원에 이르고, 이를 처리하는데도 매년 4천억원의 세금이 쓰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토회 산하 한국불교환경교육원(원장 법륜 스님, 이하 교육원)은 그 해결책으로 ‘지렁이’를 제시한다. 1999년부터 ‘쓰레기 제로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교육원은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에 주목하고, 이를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급중이다.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는 음식물쓰레기를 화분 속에 묻어두면 지렁이가 이를 먹고 배설을 하는데, ‘분변토’라 불리는 이 지렁이 배설물이 양질의 유기질 비료가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지난 2월 실시한 1차 실험에 참가한 열 다섯 가정의 3분의 2가 음식물 쓰레기의 80~90%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실험 결과 발표회 때도 “아이들과 함께 관찰일지를 적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음식물쓰레기를 적게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튀기거나 볶는 대신 삶거나 굽는 조리법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등 성공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원 이정민 부장은 “처음에는 지렁이를 징그럽다고 느꼈던 분들도 1주일 정도 키우면서 익숙해진다”며 “지렁이를 키움으로써 쓰레기봉투 구입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정에서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미리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교육원이 분양하는 용기는 토기 화분 두개를 쌓아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형태다. 플라스틱 화분이나 스티로폼 용기를 사용해도 되지만 가정에서는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꾀는 등 관리가 어렵다고. 1.5㎏의 흙과 지렁이를 담은 토기 화분 하나에 음식물쓰레기 300~350g 정도를 묻으면 3~4일 안에 지렁이들이 다 먹을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야채 껍질 등 조리 전 음식물을 조금씩 넣어 지렁이가 며칠 만에 먹는지 살펴본 후 차츰 음식물 양을 늘려 나간다. 너무 짜거나 맵게 조리된 음식물은 물에 한 번 씻어서 주고 수박껍질 등 큰 음식물은 잘게 다져서 준다. 음식물을 화분에 넣은 뒤에는 흙을 덮어 주어야 벌레가 생기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도 가끔 지렁이가 화분 밖으로 나올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음식물을 너무 많이 넣지 않았는지, 육류나 생선이 부식해 가스를 배출하고 있지 않는지 또 습도가 적당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렁이가 살기 적당한 습도는 60% 정도로 흙을 손으로 만져보아 촉촉할 정도가 좋다.
이정민 부장은 “일반 가정에서도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지렁이를 분양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렁이가 처리하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적게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육원은 14일까지 3차 실험가정을 모집 중이다. 분양비 1만 5천원.(www.ecobuddha.org, 02-587-8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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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얼마나 살 수 있나?
뚱보지렁이과의 지렁이는 수명이 보통 7~8개월 정도로 봄에 부화되어 가을에 산란하고 죽는다. 줄지렁이 등과 같은 낚시지렁이과 종류는 다년생으로 3~4년 정도 산다.
▷지렁이 몸이 절단되면?
지렁이는 몸체의 후반부가 절단되더라도 40~80일 정도면 재생된다.
▷지렁이가 살기에 적합한 온도는?
지렁이의 생장에는 약 15~25℃가 가장 좋다. 때문에 여름철에는 너무 더운 곳을 피하고 겨울철에는 실내에 화분을 두는 것이 적당하다.
▷지렁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과일이나 채소껍질을 가장 잘 먹는다. 생선이나 육고기도 먹을 수 있지만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을 넣으면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발생해 지렁이가 용기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습관 8가지>
1. 식단계획을 세워 필요한 식품만 구입한다.
2. 한 달에 한 번 정도 냉장고 정리하는 날을 정하고, 식품목록과 보관날짜를 써 냉장고에 붙여 놓는다.
3. 냉장고에 식품을 넣을 때는 구입날짜 순서대로, 속이 보이는 그릇을 사용해 보관한다.
4. 생선이나 야채 등의 생식품은 바로 손질해서 조리한 후 보관한다.
5. 가족의 식사량에 맞춰 계량도구를 사용해 조리한다.
6. 음식은 먹을 만큼만 덜어 남기지 않고 먹는다.
7. 지나치게 짜거나 맵게 조리하지 않는다.
8. 음식물 쓰레기는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분리수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