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남북한이 지난 6월 14일 동서 양쪽의 군사분계선에서 경의선ㆍ동해선 철도 연결식을 열었다. 경의선의 재개통은 1906년 개통 이래 한국전쟁 중인 1951년 6월 12일 운행이 중단된 지 52년만이다. 동해선 역시 1937년 안변~양양간 192Km 개통 이래 한국전쟁 중 중단됐었다. 북한핵문제로 한반도의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철도 연결식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딛고 민족의 혈맥을 연결시킨 대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철도 연결은 지난 2000년 제1차 장관급회담과 지난 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합의 이후 5차례에 걸친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수많은 난관을 뚫고 실현되었다. 그러나 반세기만의 철도 연결은 현재 완료가 아닌 걸음마 단계이다. 아직 남북이 추가공사를 해야 할 구간이 상당 부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의선의 경우 북측이 개성공단까지 13.1Km에, 동해선의 경우 남북이 저진부터 북측 온정리까지 27Km에 철로를 깔아야 한다.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가 없다면 경의선은 오는 9월 말쯤, 동해선은 연말쯤 완공될 것이다. 또한 두 노선이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북한구간 전체에 대한 개량사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상황을 목도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허브국가로서의 기능은 바로 철도 연결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왜 이토록 우리는 철도 연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그것은 첫째, 철도 연결이 정치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중요한 완충장치의 하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대단히 불안정하다. 북한 핵 문제로 북미, 북일 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가 연결됨으로써 협력 분위기는 고조되고 정치적 긴장이 약화되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둘째, 철도 연결이 갖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당장 남북간 물류비용이 해상 수송에 비해 6배 정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종단철도가 완성되면 가깝게는 한반도와 만주지역까지, 멀리는 중ㆍ일간 물동량의 상당부분을 담당할 것이다. 해저터널을 통해 일본과 연결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감히 상상키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다.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서의 한반도의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도 획기적이 변화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근대 철도의 발달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의 수많은 변화를 동반해 왔다. 인적 교류의 증대, 문화적 동질성의 확대 등이 철도의 발달과 궤를 같이해 온 것이다. 한반도 철도 재연결 역시 남북한의 이질적인 사회문화를 통일시키고, 인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넷째, 거시적 차원에서 인류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 연결은 동북아시아 대륙과 서태평양의 완전한 연결을 의미한다. 나아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토대가 되기에 아시아와 유럽의 완전한 만남을 가능케 한다. 남북 철도 연결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우리는 서울에서 유라시아특급열차를 타고 파리까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의미를 살리기 위해 두 철도는 하루바삐 완전히 연결되어야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아니라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