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 총무원장 체제 출범 후에도 조계종의 사면 논란이 불교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출가자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항목을 규정한 율장(律藏)에서는 승단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라고 나와 있을까? 율장 건도(수계, 의ㆍ식ㆍ주 등에 대해 지켜야 할 세칙을 설명한 부분)에는 승단에서 주로 발생하는 쟁사를 언쟁(言爭), 멱쟁(覓爭), 범쟁(犯爭), 사쟁(事爭)의 네 가지로 나누고 해결 방법인 일곱 가지 멸쟁법(滅諍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초기 교단사 전공의 이자랑(동국대 강사) 박사가 최근 탈고한 ‘칠멸쟁법(七滅諍法)을 통해 본 승단의 쟁사 해결 방법(팔리율의 멸쟁건도(滅諍?度)를 중심으로)’을 바탕으로 이를 알아본다.
◇언쟁(言爭)= 교리나 계율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눠져 다투는 것으로 ‘현전비니(現前毘尼)’나 ‘현전비니에 다인어(多人語)를 병행’해서 해결한다. 현전비니는 칠멸쟁법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네 가지 쟁사 모두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해결 방법이다. 갈마에 참석해야 할 비구들이 전원 참석하되 갈마에 참석하는 비구들이 청정하여 비난받는 비구가 없어야 할 것(승가현전), 쟁사를 해결하기 위한 법과 율이 현전하고 있을 것(법현전, 율현전), 쟁사를 일으킨 양쪽이 모두 출석해야 할 것(인현전) 등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현전비니가 성립한다. 현전비니를 거치고도 쟁사를 일으킨 양쪽이 판정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때는 다수결에 해당하는 ‘다인어’를 병행한다. 하지만 무조건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는 일반적인 다수결과는 다르다. 반드시 여법설자(如法說者)의 의견에 따라야 하며 투표 결과 비설법자가 많은 경우 그 결과를 채용하지 않고 파기한 후 다시 해야 한다.
이 박사는 “결국 승단의 쟁사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님이 남기신 법과 율이며 이 법과 율에 의거하야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법설자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멱쟁(覓爭)= 어떤 비구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비난했으나 비난받은 비구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할 때로, 사실무근으로 비방 당한 경우와 실제로 잘못을 저지른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억념비니(憶念毘尼)에 의해 해결하지만 후자는 다시 광란상태로 어긴 경우(불치비니, 不癡毘尼)와 평상심으로 어긴 경우(멱죄상, 覓罪相)으로 구분한다.
◇범쟁(犯爭)= 율장이 금지하는 죄를 실제로 저질러 그에 대해 쟁론이 일어날 때의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자언치(자언치)는 죄를 지은 자가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 그 자백에 따라 벌을 적용하는 것이고, 여초복지(여초복지)는 자언치로 해결이 안 될 때 승단이 적극적으로 조정을 시도하고 그것을 양쪽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쟁(事爭)= 승단의 갈마가 정식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 유효성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쟁사로 ‘현전비구’에 의해 해결한다.
그러나 이 박사는 “승단의 멸쟁법은 세속의 재판소송법과 같이 정사를 판정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쟁사를 지멸(止滅)시켜 승단의 화합을 지키는 방법”이라며 “분열의 기미가 보일 때는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서로 화해하고 모든 것을 덮어버려야 한다는 말이 율장에 나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