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自然)과 연기(緣起)는 양립이 가능한가? 특히 중국사상사상에서 불변의 궁극적 본체이며, 만물의 통일자로 여겨지는 자연설과 그 양립이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불교의 연기설이 상호 융합되어 양립이 가능한 사상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위진남북조시대의 사상가들인 왕필과 곽상의 기초 위에 주세경, 석진관의 논란과정을 거쳐 심약이 양자를 융합시킨 자연연기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렇지만 심약의 자연연기설의 사유구조는 위대한 불교사상가 축도생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논문이 발표돼 주목 받고 있다.
한국도가학회에서 연세대 국학연구단 연구교수로 있는 서대원씨가 지난 6월 11일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축도생에 의해 자연과 연기(현상)의 양립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발표자인 서대원씨는 위진남북조시기에 풍미했던 자연과 연기의 양립불가능에 대한 논란은 축도생의 출현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으며, 본체와 현상의 융합이란 차원에서 많은 사상가들의 관심 영역이었다고 진단했다. 이 시기의 사유 흔적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홍명집>에 나오는 주세경과 석진관의 논란, 그리고 심약에 의해 통합이 이것을 알려준다는 것. 그렇지만 심약이 양자를 통일한 사상가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며, 그 전에 축도생이라는 사상가를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약(沈約:441-513)은 인연관을 정리하면서 “인간에게는 인연과 비인연의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인연은 연기이며, 비인연은 자연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은 비연기적이고, 인연은 비자연적인 요소이다. 심약은 이 둘을 통합하여 자연은 원인이 되며, 이 원인이 조건[緣]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축도생은 일찍이 불성을 자연 내지 본래부터 스스로 존재한다는 의미의 본유(本有)로 파악했다. 따라서 축도생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불성은 아무 이유없이 이루어져 영원히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존재에는 이것이 깃들어 있다.” 그렇지만 이 불성은 외부조건에 감응하게 되는데 이것이 현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도생은 궁극적 본질과 현상이 어떻게 상호교섭하며, 통일될 수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트만설과 연기설은 본질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 연기설이 궁극적인 본질을 부정하는 입장이라면 아트만은 연기설을 부정하는 입장에 있다. 무아사상은 대승불교의 전개와 함께 공무자성을 강조하는 반야사상으로 발전한다. 공무자성이란 연기설에 입각하여 궁극적 실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이며, 자성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사상사에서 인도불교의 아트만과 같은 개념이 자연이다. 자연이란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겨났으며,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道라고도 한다. 따라서 자연과 자생(自生), 道는 동일한 개념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념 역시 불교의 연기사상과는 상충된다. 불변의 실체를 인정한다면 연기설은 설 땅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도생과 심약에 의해 양자는 양립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