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말여초를 고대에서 중세사회로의 전환기로 파악하여 교학불교 특히 화엄사상을 고대사회의 보수적 이데올로기로, 선사상을 중세불교의 지표인 변혁사상으로 인식한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오류가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와 한국중세사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해 지난 6월 13,14일 영남대 국제관에서 열린 ‘한국 중세 불교사의 재조명’ 전국 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부산대 채상식교수는 ‘한국 중세불교의 이해 방향과 인식틀’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고대와 중세를 나누는 시대구분 논의에 있어 선사상을 중세사회의 지표로 삼아 기존 교학불교와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선불교 중심의 중세불교사 연구에 미륵신앙을 중심으로 한 정토사상, 불교의례와 직접 연결되는 밀교적 요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당시 선사상이 불교의 실천성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이시기 사회변동을 추동한 사회세력의 신앙적 기반은 궁예가 민중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미륵불을 자처한 사실과 지방 촌주들의 신앙형태를 살펴보면 정토신앙이 주류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채교수는 “중세불교를 인식하는 기준은 최소한 불교가 전 사회구조 속에서 어떠한 사회적 기능을 했는가라는 의문을 통해 본질(體)와 현실(相), 작용(作用)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되 역사학 방면에서는 현실면과 기능면을 더 중시해 불교사상의 결집장인 사원의 문제와 불교와 연결된 다양한 사회계층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남대 김호동교수도 ‘한국 중세불교사 연구성과에 대한 문제제기’ 주제발표에서 “불교사 연구는 사실적 해명과 함께 비판적 차원의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지금까지 불교사 연구에서는 불교엘리트들에 대한 사상해설에만 급급해 대중들이 불교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대중적 문화의식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학술대회에는 강원대 김흥삼교수, 전남대 변동명교수, 일본 구택대 조명제교수, 동국대 채인환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