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불정책이 추진되던 조선시대에도 불교계의 위상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고문서가 발견됐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학자료실은 경주 손씨 가문에서 발견한 고문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협주명현십초시(夾註名賢十抄詩)>의 가장 완전한 판본을 확인했다고 6월 18일 밝혔다.
<협주명현십초시>는 당나라 시인 30명의 시 10편씩을 모아 고려전기 때 편찬한 <십초시>에다가 조선 초기에 다시 협주(夾註, 본문 속에 주를 달아 풀이해 놓은 글)를 붙여 1452년(문종 2) 경상도 밀양에서 목판본으로 찍어낸 책. 목판본 <명현십초시>와 필사본 <협주명현십초시>가 전하나 둘 다 훼손된 부분이 많아 협주를 단 사람이 ‘신인종(神印宗) 노승(老僧)’이라는 것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완본이 발견됨으로써 ‘자산약서(子山?序)’라는 스님이 협주를 단 것이 확인됐다. 권오영 실장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스님인데도 경전뿐 아니라 제자백가서, 역사서, 지리지, 문집, 시화집 등 다양한 전거들을 인용하고 있어 대단히 학식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불교의 위상이 훨씬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