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주요 보직에 비구니 스님 임명, 2004년 한국 비구니 주제 국제학술대회(5월) 및 세계여성불교도대회(6월말~7월초) 개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비구니 위상 강화 방침 발표….
한국불교 출가승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조선시대 왕실 비구니원(比丘尼院)의 설치와 변천 과정을 추적한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서 주목받고 있다.
동국대 강사 이기운씨는 역사학회가 이달 말 발간하는 계간 학술지 <역사학보> 178호에 ‘조선시대 왕실의 비구니원 설치와 신행’이라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조선시대 왕실 불당에 대해 부분적으로 언급한 논문은 간혹 있었으나 비구니원 전체를 아울러 종합적으로 조명한 논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주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이 씨는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여인들이 불교에 귀의해 여생을 보낸 불당(佛堂)으로 공식적인 정업원(淨業院) 외에도 인수원(仁壽院), 자수원(慈壽院), 안일원(安逸院 ) 등이 있었다”고 밝히고, “왕실 비구니원은 척불을 내세운 조선시대에 내불당과 함께 왕실 불교의 한 축을 지탱함으로써 조선왕실로 하여금 꾸준히 호불의 경향을 유지하게 한 근원이 되었다”고 말했다. 정업원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왕실여인들의 출가 귀의처였고 인수원, 자수원은 원래 전왕 후궁들의 거처인 인수궁, 자수궁으로 설치되었다가 차차 정업원과 같이 불당화 된 곳이다. 안일원 또한 마찬가지.
◇정업원= 고려시대부터 유래한 전통적인 왕실 여인들의 출가 귀의처로 조선시대에도 공식적인 왕실 비구니원의 역할을 이었다. 왕실에서 주지를 임명했으나 유신들의 철폐 요구 속에 몇 차례 철폐와 복원을 거치면서 인수원, 안일원 등으로 불렸다. 명종 이후 인수원에 소속되었다가 현종 때 철폐됐다.
◇자수원= 조선시대 선왕 후궁들의 거처였다가 이들이 불교에 귀의함으로써 불당화 돼 후대까지 왕실여인들의 신행처 역할을 했다. 문종때 세종의 후궁들이 자수원 비구니가 되었고 세조 때에도 태종 문종의 후궁들이, 성종 때에는 세조와 예종의 후궁들이 비구니가 되었다.
◇인수원= 명종 때 기존의 인수궁을 수리하여 선왕 후궁들의 거처로 삼으면서 불당이 되었는데, 정업원을 인수궁에 포함시켜 수리하면서 정업원이 인수궁에 속하게 되어 이후 유신들은 정업원으로, 왕실에서는 인수원(궁)으로 불렀다. 선조~광해군 때 다시 정업원으로 불리다가 현종 2년 자수원과 함께 철폐된 것으로 보인다.
◇안일원= 고려시대에도 보이고 있으나 조선시대에는 단종 때 처음 보이고 세조 3년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종 12년 다시 비구니원으로 존속하다 철폐되었다. 명종 초에는 세간에서 정업원을 안일원으로 부르기도 하였다고 하여 정업원이 황폐화된 기간 동안 안일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거나 혼칭하여 불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이밖에도 일시적으로 설치된 비구니원은 더 있었다”며 “개인 문집이나 비문 등의 연구를 통해 신행에 대한 부분까지 밝혀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