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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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유골 찾아 떠나는 재미 중국선사 구도기
“가세! 새처럼! 내 산으로, 내 스승의 동굴로 가서 바위와 나무와 하늘에게 물을 걸세. 스승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동행>(원제 Bones of the Master)은 물질적 풍요과 소비 만능의 세태 속에서 잊혀진 참된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한 선사의 구도기다. ‘현대판 선어록’의 틀마저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중국내 자치구인 내몽고 출신 스님이 스승의 유골을 찾는 제자의 고행을 미국 시인이 동행하며 기록한 색다른 형식을 띠고 있다. 더구나 종차이(宗才)라는 주인공 스님은 1950년대 말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온 사연 많은 스님이다.

혁명의 열정에 쌓여있던 중국이 저지른 과오 중 극단적 잔학성으로 악명높은 문화대혁명(1966~76년)은 이보다 앞선 대약진 운동(1958~62년)에서 그 불길한 전조를 보였다. 중국 농촌을 근본부터 바꿔 증산을 꾀하겠다는 이 운동은 결국 최악의 기아상태를 초래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여기다 정치운동까지 겹쳐 공산정권은 몽골과 티베트의 스님들을 닥치는대로 살해했다.

1959년 10월. 출가한 지 13년째 접어든, 세랍 34세의 종차이 스님이 자신의 사원이 있던 내몽고의 푸지를 탈출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것은 ‘죽음을 피해 또 다른 죽음’을 선택하는 형상이었다. 시인에게 종차이 스님이 어렵게 털어놓는 탈출 과정은 말그대로 눈물없이 읽기 힘들다. 대륙 곳곳에 초근목피조차 구할 수 없어 목숨을 잃은 송장이 너부러진 사이로 삼엄한 감시의 눈길을 피해 1년여간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정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종차이 스님은 기차가 커브를 돌 때 속도가 시속 8㎞로 늦춰진다는 걸 알고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산둔덕에서 기차 지붕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어떤 이는 터널을 지날 때 머리가 으깨져 죽고, 커브를 돌 때 원심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철길로 떨어진다. 결국 혼자 남게 된 종차이 스님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강물로 뛰어들고 어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중국을 벗어난다.

이 책은 1987년 미국 우드스톡 인근에 오두막을 짓고 은둔한 채 살아가는 종차이 선사를 매사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던 시인인 저자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죽음을 이겨낸 종차이 스님의 탈출 과정은 시인의 필력에 의해 열정과 유머로 가득찬 채 재현된다. 피로 점철된 중국의 역사와 현재, 내몽고 오지의 풍광, 선사상과 시, 그리고 죽음에 대한 통찰까지.

종차이 스님은 97년, 떠나온 지 35년만에 내몽고를 다시 찾는다. 중국의 개방으로 종교의 자유가 어느 정도 허용된 것이다. 종차이 스님은 자신이 떠나올 때 노환으로 남겨졌던 스승이 죽은 뒤 사막에 아무렇게나 매장된 걸 알고 그 유골을 찾아 다비식을 치르는 계획을 세운다. 저자는 스승의 유골을 찾으러 가는 쭝차이와 ‘동행’하면서 삶과 죽음을 넘나든 종차이 선사로부터 어떻게 삶을 받아들여야하는 지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처절하고 숭고한 인생 역정을 거친 선승의 고백이라, 면벽수행(面壁修行)만 해온 스님들의 그것과는 다른 깊이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잭 콘필드 법사는 “책을 읽다보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위대한 선승이 걸어 나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난 수년동안 내가 읽어본 책들 중 가장 탁월하다”고 평했다.

동행
조지 크레인 지음, 정진영 옮김
무우수
1만원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6-11 오전 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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