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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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씨, 조선후기 초의선사의 일대기 소설로
초의(1786~1866) 스님은 '호남 칠고봉'으로 추앙받던 뛰어난 선승으로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한데다 범패, 탱화, 단청, 바라춤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이라고 불릴 만큼 다재다능했다. 당대 지식인들은 그와 교유하기를 원했는데, 그가 '정신적 아버지'로 모셨던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다산의 아들인 학연과 학우, 추사 김정희, 해거도인 홍현주, 자하 신위 등과 가까웠다. 무엇보다 추사와 인연이 두터워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됐을 때 그곳까지 찾아갈 정도였다. 조선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을 발굴해 경학과 선을 가르치고 추사에게 소개했던 인물도 바로 초의 스님이었다.

하지만 초의 스님은 누가 뭐래도 차(茶) 문화를 보급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청나라 모문환이 엮은 <다경요채>에서 '차 제대로 마시는 법'을 초록해 <다신전>을 저술했고, 52세때 홍현주의 부탁을 받고 <동다송>을 펴냈다.

<동다송>은 차의 전설과 효능, 생산지에 따른 차 이름과 품질, 차 만드는 일, 물에 대한 평, 차 끓이는 법, 차 마시는 법 등을 옛 사람들의 문헌과 시를 인용해 노래로 만들었다. 중진 작가 한승원씨(64)는 입적을 앞둔 스님의 현재와 어린 시절을 오가며 초의 선사의 일생을 소설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역병으로 가족을 잃고 운흥사로 가려는 초립동 초의를 나룻배에 태워준 아낙이 동전 두 닢을 주면서 "먼 훗날 그 돈을 받을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오"라고 한 말은 그에게 일생일대의 큰 화두가 된다.

초의 스님은 특히 속세의 유학자와 예술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교유하면서 천 개의 눈과 손을 가진 관세음보살처럼 중생을 깊은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고자 했다. 아낙에게 받은 동전 두 닢을 세속 사람들에게 돌려주려 했던 것이 그의 삶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초의 스님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해 수많은 일화와 허구를 대담하게 직조하여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작품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한다. 깨달은 마음을 암자의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차와 선을 통하여 저잣거리에 회향하려 했고, 어떤 때는 범패를 부르고 바라춤을 추면서 존재의 빛과 그림자를 다독이며 거친 세상의 다리를 홀연히 건넜던 분이 바로 초의 선사였다. 작가는 초의의 매력을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초의 스님을 알고 난 지금, 나는 세상이 훨씬 아름답고 향기롭고 넓어 보이고, 세상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되었다.”

작가는 절 집안의 일부 오해처럼 초의를 경학에 능통했던 강백으로만 보지 않고 다선삼매(茶禪三昧)로 깨달음을 이룬 선승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다산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초의는 다산의 제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초의가 26세 되던 해에 대둔사 천불전 상량문을 다산과 그 무렵 중진 스님들을 제치고 쓴 사실에서 작가는 그 근거를 찾고 있다. 24세에 다산과 첫 대면한 그가 3년이란 짧은 기간에 어떻게 다산의 가르침을 받아 천불전 상량문을 의뢰받을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선승으로 성장했겠느냐는 것이다. 작가는 명민한 초의 스님이 정적들에 의해 극도로 불안해하던 다산을 찾아가 오히려 포용해 주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가는 초의 스님을 연모해 출가한 비구니를 등장시켜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해남 대둔사(옛 대흥사) 일지암과 강진의 다산초당을 수없이 오갔으며, 다산 시문집과 추사의 문집, 자하 신위의 글 등 초의 스님과 교유했던 지식인들의 문집을 통해 그의 행적을 좇았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의 스님의 유년시절과 출가 직후 행자와 사미로서 행적, 지식인들과의 교유 등을 통해 당대의 치열했던 정신사를 복원해내고 있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6-07 오전 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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