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던지 ’삼보일배‘는 환경운동 현장에 큰 의미로 남을 것이다.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세영스님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중단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이라는 화두를 국민들 뇌리에 깊숙이 새겨 넣은 것이 삼보일배의 진정한 힘”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이 화두를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떻게 녹여나갈 것인가 하는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인 고민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새만금’ 화두풀기 무성한 대안들
삼보일배로 인해 새만금은 이제 ‘국민적 화두’가 됐다. 이 화두를 풀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환경단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외에서 혜안을 빌리자는 안이다. 유럽 최대의 국립공원이자 세계 최초의 갯벌국립공원인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바텐메어는 원래 무서운 북해의 해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손으로 만든 방어용이었다. 갯벌의 개발과 보전을 둘러싸고 15년에 걸친 격렬한 논쟁 끝에 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어 소득이 높아지면서 개발론자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또 소위 말하는 ‘김석철 안’이 있다. 김석철 교수(명지대 건축대학원장)는 200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서 ‘기존의 방조제를 그대로 살려 방조제 안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라구나(안바다)처럼 만들고 그 주위에 해상도시를 건설해 기존 도시와 연계한 서해안도시공동체를 이루어 결국은 황해도시공동체의 거점도시로 만들자’는 ‘바다도시안’을 주장했다.
오창환 교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등 전남 북 지역의 토목?건축?환경 관련 학과 교수 7명을 중심으로 한 ‘산업도시 안’도 대두됐다. 산업도시 안은 ‘방조제 공사를 중단한 뒤 방조제가 유실되지 않도록 끝 부분을 마무리한 뒤 방조제와 방조제 사이를 교량(현수교)으로 연결하고 축소된 복합단지(1천200만평)를 10년 이내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새만금 국제해양관광특구안’도 가세했다. 전국 22개 지역 시민.환경.노동.주민단체로 구성된 산단개혁연대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예정돼 있는 투자비 3~4조원을 새만금과 인근지역에 투자하면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는 새만금 국제해양관광특구를 조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에 ‘풍력발전소’를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필렬 교수(방송대 과학사)는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되, 지금까지 건설된 방조제에는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를 만들자’며 대안을 내놓았다. 새만금 간척사업 총 예상비용의 10분의 1도 안되는 돈으로, 웬만한 규모의 화력발전소 한 개가 생산하는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은 “위 안들에 대해 이런저런 반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방조제 공사 중단”이라며 “이것이 선행되면 신구상기획단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 아닌 시작, 정부눈길 어디로
삼보일배가 회향한 가운데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새만금간척사업중단을 촉구하며 조계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단체들은 ▲6월 국회에서 특별결의를 채택할 수 있도록 대국회 촉구활동 전개 ▲시민 및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삼보일배 계승 프로그램 마련 등을 향후 활동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산하 시민환경연구소는 3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조사 결과 국민 66.3%가 간척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안모색 방향으로는 방조제는 현 상태로 두고 갯벌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63.1%)하는 것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문제는 전북도민들의 정서다. 3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새만금사업 논쟁종식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도민 1만여 명이 참석했으며, 강현욱 도지사를 비롯해 41명이 삭발했다. 또 전북공무원 노조 산하 11개 지자체 공무원 45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키로 하는 등 집단행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서 애초 추진 목적인 새만금 간척사업을 통한 농지확보 당위성이 상실됐고, 앞으로 갯벌의 가치가 간척지보다 100배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제 정부가 환경단체와 전북도민의 상반된 주장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중단’이냐 ‘계속’이냐 하는 극단논리는 문제해결의 길이 아니라는 중도적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코드’는 그리 만만치 않다.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갯벌보전팀장은 “전북도민의 정서를 돌리는 것이 새만금 문제 해결의 시초”라며 “새만금을 중단하면 지역이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하면 발전한다는 이분법적 논리의 타파가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