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와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차를 즐기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차를 마시는 모임인 차회(茶會)만도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으며 차 인구는 3백만명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차문화는 과연 우리의 ‘전통 문화’인가?
18년째 차나무를 키우고 차를 만들고 있는 소설가 정찬주(54) 씨는 최근 펴낸 <한국 차살림>(이룸)에서 “한국 차 문화는 정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차는 마시는 손가락 모양이나 차인이 입는 옷감의 종류, 차실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차의 세계는 물질 소유욕에 붙들리지 않고 무소유의 청정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소박해 누구하고도 불편하지 않게 마시는 것이 차”라는 것이다.
우리 차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지은이는 우리 차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다도의 원류를 찾아가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일본 차문화 정점에 있는 이른바 ‘초암차(草庵茶)’법, ‘농차(濃茶)’법을 김시습의 ‘매월당 차법’, 우리 사찰의 발우공양법 등과 상세히 비교하고, 여러 문헌들을 제시하며 그 뿌리가 한국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차인이 가져야 할 정신자세 등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 차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차나무 키우기부터 차 만들기, 차 달이기, 차 마시기 등 일련의 과정을 ‘차살림’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차 살림’은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평등의 사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