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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 후 법장스님은 몇몇 종단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한 견해와 구상을 밝혔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98년 징계자의 사면문제와 종단의 최대 현안인 간화선 중심의 수행풍토 조성 등에 대해서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종책과제에서 재가자의 종단 참여에 대한 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재가자를 포교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재가자의 부분적 참여는 지금도 보장되고 있다. 각 사찰의 운영위원회가 그것이다. 중앙의결기구에 (재가자가) 안들어왔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앞으로 시대흐름상 거론될 것이다. 총무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뜻이다. 사찰운영위원회가 형식적으로 흐르고 있다면 앞으로는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인 재가자 참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함께하는 종단’은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한다는 뜻이다. 사부대중의 뜻을 수렴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종무를 집행할 것이다.
-종단의 열린 기능, 즉 국민과 함께 할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건립중에 있는 역사문화기념관에도 이런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데….
△역사문화기념관에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시민문화공간으로서, 불교문화센터로서의 기능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전통문화센터와 복지센터 건립은 임기 내에 할 것이다.
-98년 징계자 문제를 놓고 원로회의와 종회가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종헌 개정이나 특별법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종단화합과 발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사실은 같은 목소리다. 원로회의에서 해종행위특별법에 계류중인 징계자들에 대해 사면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종헌개정에 의해서든 특별법에 의해서든 종단화합이 깨지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특별법에 계류중인 사람들은 어떤 징계를 받을지를 호계원에서 판단할 것이다. 이것은 사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해종행위특별법 계류자는 아직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사면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들이 특별법에 따라 징계가 확정된 후에는 사면을 하든, 경감을 하든 하게 될 것이다. 총무원에서는 호계원에서 내린 결정을 토대로 사면이나 경감 등을 종회에 요청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언론에서도 98년 징계자들을 멸빈자라고 보도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직까지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특별법에 따라 징계가 확정될 것이다.
-지난 100일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하루 3~4시간의 수면이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밖(대중의)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안(총무원)에 있으면 모두가 다 잘한다고만 하는데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언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정치승’ 보다는 ‘행정승’ ‘수행승’이 되겠다고 말해왔는데 지금은 어떤가?
△계파정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 것을 용해시킬 수 있는 곳이 총무원이다. 종회와의 관계 모색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다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자면 중앙종회에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있는데, 그러다보니 총무원에서는 종립학교에 원하는 사항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관리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화선에 대해 설명한다면?
△20세기를 살아오면서 개발논리에 밀려 물질 중심의 인간 욕망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삶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도 많고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은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버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버린 나쁜 것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카오스(혼돈) 이론’은 바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 것이고,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사상과 같은 것이고, 이것이 곧 한국불교의 선사상이다. 다시 말해 하나에 초점을 두고 깨달음을 얻을 때만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수행법이 행해지고 있다. 간화선 중심의 수행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은 자칫 다른 수행법에 대해 폐쇄적일 수 있고, 오히려 다양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보는데…
△간화선에 몇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이라는 것은 전부를 수용하는 것이다. 배타 없이 일체를 수용하고 만유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불교를 생활화하고 현대화하고 세계화하는 것을 간화선을 통해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사회부장 미산스님이 설명을 곁들였다)교육원에서는 작년 후반기부터 수행체계 정립을 위한 연구모임을 발족하고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간화선을 포함해 각 수행법을 점검하고 있다. 여기에는 제3수행법들에 대한 실태조사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