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 문화 > 출판
“하늘, 땅, 사람의 스승은 자연”
“사람, 땅, 하늘, 도를 거슬러 맨 꼭대기에 있는 스승이 바로 자연이야.”(이현주 목사)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에 큰 가르침을 주고 있는 이현주 목사, 물리학자이자 ‘온생명’ 이론으로 생명운동 분야에 새로운 흐름을 일군 장회익 녹색대학 총장, ‘척박한 환경에 ’녹색 씨앗‘을 뿌리는 사람’으로 불리는 격월간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교수(영남대 영문학). 종교와 물리학, 문학이라는 출발점은 달랐지만 자연이라는 하나의 길에서 만난 자연인. 이 세 사람이 쓴 릴레이 에세이 <새들은 과외 수업을 받지 않는다>(샨티)는 자연이라는 말없는 스승에게서 배운 ‘넘치지 않음’, ‘절로 흘러감’의 미덕을 찬찬히 전하고 있다.

이현주 목사는 <유마경> <노자> <성경> <베다> 등의 경전과 성철 스님, 신비주의 사상가 루미, 일본 도원(道元) 선사의 이야기 등을 통해 사람이 자연에서 무엇을 배우고,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어가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현주 목사가 자연에게서 얻은 가장 큰 깨우침은 “자연에는 억지로 하는 일도, 무엇을 위해 하는 일도 없다”는 것. “꽃은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나무는 싹을 내기 위해 따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절로 꽃을 피우고 싹을 틔운다. 새는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과외 수업을 받지 않는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고, 물은 목마른 사슴을 먹이기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듯 자연은 말 그대로 ‘절로 그렇게 있음(自然)’을 가르친다고 적고 있다.

장회익 교수는 ‘온생명(global life)’ 주창자 답게 ‘나는 누구인지’ ‘생명이란 무엇인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철학을 지녀야 하는지’ 등에 대해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출생 이전 원초적인 하나의 세포 속에 담긴 정보의 출처는 선조들의 생애로 소급된다. 그렇다면 그 정보의 시원은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길게는 40억 년이라는 세월 속에서의 ‘나’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시간적 접근 방식으로 나의 생명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우주인의 눈에는 온생명이 보인다’라는 글을 통해서는 공간적 개념, 즉 우리가 속한 온생명의 공동체 속에서 나의 생명성을 인식하게 한다. 장 교수는 개개의 생명체(낱생명)가 태어나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지구생태계의 시스템을 하나의 생명체, 즉 ‘온생명’으로 해석한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영국의 한 작은 마을을 세계적 녹색운동의 메카로 만든 인도인 사티쉬 쿠마르의 “시간은 무한한데, 바삐 서둘러야 할 까닭이 무엇인가”란 말을 통해 “자동차 대신 걸어다니기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더 큰 생명공동체에 종속시킴으로써, 진정한 행복과 자유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한 시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일순 선생의 생전 모습속에서는 비폭력과 가난의 철학을, 지역 통화 운동을 통해서는 자립적 삶의 바탕을 생각하게 한다.

모두 21편의 에세이가 담긴 이 책은 자연을 닮은 세 사람의 개성과 경험의 차이만큼 글맛도 달라 하나의 책에서 그 다름과 같음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욱이 이 책에는 생명을 노래하는 판화가로 알려진 류연복씨의 작품이 글마다 실려 각각의 글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더욱 함축,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어 또 한번 눈길을 사로잡는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나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가야할 비움과 섬김의 길을 조용히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을 펼쳐보는 일은 지구 사랑, 생명 사랑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새들은 과외수업을 받지 않는다
이현주, 김종철, 장회익
샨티
8천5백원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6-03 오전 8:41: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