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23호인 순금금강경판(純金金剛經板)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대에 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965년 익산 왕궁리5층석탑(국보 289호) 해체복원 때 발견된 금제 금강경판은 지금까지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서지학자인 송일기 교수(전남대 문헌정보학과)는 5월 23일 열린 원광대 부설 마한백제연구소(소장 김삼룡)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금제 금강경판의 형태적 특징과 윤문현상(원문에 첨가된 글자나 문장의 첨삭 정도)을 검토한 결과, 구마라집이 402~412년 번역한 한역 <금강경>이 무녕왕(재위 501~523년) 대에 백제에 들어왔으며 이를 무왕 대에 금종이에 사경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제 무왕 대의 익산 천도설이 한층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육조(六朝) 시대(220~589) 문헌인 <관세음응험기>에는 “백제 무왕 때 익산 왕궁리로 도읍을 옮긴 뒤 제석사를 지었으나 벼락으로 재난을 당하자 새로 탑을 쌓고 부처님 사리와 금강경을 거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국내 문헌에는 보이지 않아 아직 정설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금강경판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을 얇게 펼쳐 만든 금종이 위에 각필(角筆, 대나무를 깎아 만든 뾰족한 펜)로 눌러 쓴 사경이라는 송 교수의 주장도 정밀하게 조각된 나무활자로 찍어서 만든 것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엎은 새로운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