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사상연구원은 5월 24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보조전서> 역주와 보조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50차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2년 동안 진행되는 <보조전서> 역주 작업의 중간 결산으로, 이번 학술대회는 역주 작업이 지눌 연구에 기여하고 있는 점이 무엇인지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1987년 발족한 보조사상연구원이 지금까지 간행된 보조지눌(1158~1210)의 저술과 비문을 한데 모아 1989년 간행한 <보조전서>는 번역하면 원고지 13,0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 아직도 한글 번역과 주석 작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보조전서>의 60%에 해당하는 <화엄론절요>는 국내에 한글 번역본이 하나도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실장 인경 스님은 “보조의 저술은 다른 고전적인 원전들과 마찬가지로 인용할 때 그 인용문에 대해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역주 작업에서 보조 스님이 자신의 저술에서 인용하고 있는 원전을 밝혀내 주석하는 것은 지눌 사상의 형성과 함께 그 독창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고 이번 역주 작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표적 예가 화엄 사상에 대한 입장이다. 지눌이 이통현의 화엄사상에 입각해 정통 화엄을 대변하는 법장(法藏)과 징관(澄觀)의 화엄사상을 비판했다고 이해해온 것이 기존 학계의 대체적인 이해.
그러나 이날 ‘보조의 화엄교학에 대한 수용과 비판(연기문과 성기문을 중심으로)’을 발표한 인경 스님은 지눌이 <원돈성불론>에서 인용한 원전의 고증을 통해 “지눌이 비판한 화엄사상은 법장이나 징관의 사상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시 고려 불교계에 유포되고 있던 아류적인 화엄사상의 이해”라는 새로운 견해를 내놓았다.
인경 스님은 “문헌적 고증의 결과 지눌이 비판한 것은 법장의 성기문(性起門)을 말하면서 연기문(緣起門)을 끌어와 설명하는 등 법장의 성기설과 연기설을 서로 혼란되게 이해한 당시의 잘못된 해석”이라며 “지눌이 <원돈성불론>에서 법장과 징관의 정통 화엄사상을 직접 비판했다는 기존 견해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부터 시작되는 2차년도는 <화엄론절요>의 번역과 주석 작업이 주 테마. “화엄사상이 어떻게 수용됐으며 보조지눌의 선사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인경 스님의 설명이다.
인경 스님과 함께 역주 작업을 하고 있는 김방룡씨는 이날 발표에서 “<보조전서> 번역 작업은 특히 한글세대인 후학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꼼꼼한 번역본을 제시함으로써 보조학을 제반 학문에 응용하는데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보조사상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보조사상을 직접 원전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