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극도의 피곤과 체력 저하로 쓰러졌던 수경스님은 몸을 회복하지 못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아스팔트로 돌아갔다.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 이희운 목사, 김경일 교무의 건강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그러면서도 육신의 안위보다는 개발이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세태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수행자와 성직자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네 분께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네 분의 삼보일배가 단지 새만금 간척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새만금 신구상 기획단의 구성을 촉구하는 몸짓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물론 새만금 간척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바라는 바가 없지는 않다.
새만금 문제는 87년 대선을 앞두고 전북도민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서 비롯되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출발이었다. 방조제 공사를 일시 중지해 갯벌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전북도의 발전 방안을 찾아보자는 합리적인 제안인데도 정부의 반응은 더디기만 하다.
삼보일배의 참뜻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죽임의 문화와 투쟁의 독기운’ 그리고 ‘동체대비의 세상은 간 곳이 없고, 난개발과 학살만이 전지구적으로 한 몸’인 과거와 현재를 참회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명·평화의 날을 맞이하려는 염원이다. 이 뜻을 헤아린다면, 새만금 문제는 저절로 풀어진다.
따라서 새만금 문제는 정치와 경제 또는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봄이며, 생명과 평화로 나아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