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세월 간직해온 중국 법문사의 비밀
중국 산시성 푸펑현에는 법문사라는 이름의 유서 깊은 절이 있다. 2세기 무렵 한ㆍ위나라 시대에 첫 삽을 뜬 뒤 당나라 초기에 완공돼 왕실 사원으로 성가를 높였던 이 불교 사원에는 명나라 때 쌓았다는 13층탑이 있다. 사리가 담긴 ‘진신보탑(眞身寶塔)’이다. 지난 1986년 그 탑이 완전히 허물어지고 만 것은 그 절이 천년여 세월 동안 간직해온 놀라운 비밀을 알리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듬해인 1987년 이 탑을 재건하려고 기반 정리작업을 하던 발굴조사단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허물어진 탑 밑에 몸을 숨기고 있던 거대한 지하 궁전이다. 그곳에서 측천무후의 자수치마, 비색 도자기를 비롯해 1천여점에 이르는 당나라 왕실의 보물들이 쏟아졌다. 그뿐이 아니다. 갓 출토된 유물들을 조사하던 학자가 발견한 보석함에는 사료로만 전해오던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담겨 있었다. 1113년 동안 간직해온 법문사의 비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유물가치가 진시황의 병마용 못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발굴로 “세계문화의 금강좌(석가모니가 보리수 밑에서 수도한 자리)”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발굴에 참가한 학자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세계 언론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위나라 시대 인도에서 전해져 9세기 당나라 때 봉안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부처의 진신사리>는 천년여 동안 진신사리를 간직해온 법문사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들과 유물발굴 과정을 씨실 삼아 660여쪽 분량에 풀어낸 소설이다. 그 날실은 법문사를 에워싸고 명멸했던 당나라 시대 인물군상들이다. 사리가 발굴되는 과정은 물론 지하궁전에서 발견된 여러 보물들중 법문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건을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섞어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발굴과 유물 관련 자료를 상당한 고증을 거쳐 정확히 인용ㆍ분석했다.
법문사 지하궁전 발굴을 통해 당나라 역사와 중국 불교의 유입ㆍ발전에 대한 인문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이 책은 당시의 불교사는 물론 정치ㆍ문화ㆍ역사까지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지은이 웨난은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함께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에 전래된 과정과 불법을 구하기 위해 서역으로 사람을 보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 인도와 중국 불교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어려운 발굴 용어와 불교ㆍ역사 용어는 가장 최근 대만에서 출간된 판본과 학술자료를 참고로 해 주석을 달아 놓아 쉽게 읽혀진다. 또 지하궁 단면도와 중국 고대 19좌 석가모니불 진신사리 보탑 분포도, 법문사 연혁을 비롯해 70컷의 컬러 화보 사진과 80여 컷의 사진ㆍ그림ㆍ도표 등은 다큐멘터리 한편을 감상하는 것처럼 입체감을 준다.
부처의 진신사리 1ㆍ2
웨난ㆍ상청융 지음, 심규호ㆍ유소영 옮김
일빛
각권 1만2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