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 종합 > 사회·NGO
아! 새만금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고개를 넘는다. 경기도 과천과 서울의 경계인 남태령 고개를 넘는다. 수경스님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링거를 꼽고 ‘눈물의 고개’를 넘는다. 부처님의 6년 고행 시 전정각산에 올랐을 때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렇다면 수자타의 우유죽은 무엇일까?

삼보일배 57일째인 23일 오전. 삼보일배 도중 탈진해 응급실로 실려갔던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을 비롯한 4명의 성직자들의 삼보일배가 다시 시작됐다. 다른 세 명의 성직자들이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을 할 때, 스님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김도형 불자가 미는 휠체어에서 합장 반배로써 예를 다했다. 같이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쉬는 시간 문규현 신부의 이마로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표현하기도 했다.

200여명의 삼보일배단 뒤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응급차가 뒤따랐다. 스님이 담당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도망치듯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불교 과천교당 어린이 30여명이 삼보일배단에게 ‘힘내세요’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살짝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오전 10시 40분 경,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삼보일배 57일만에 서울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진행팀 한 관계자가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는 말을 외치자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말없이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김경일 교무와 이희운 목사를 껴안으면서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진행팀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울었다. 땀과 눈물로 이룬 대장정이었다.

이에 앞서 삼보일배 52일째인 18일 ‘불교 100인 삼보일배의 날’에는 중앙승가대학과 봉녕사 승가대학 학인 150여명과 조계사, 봉은사, 영원사, 수리사, 신륵사, 신흥사 등 수도권 사찰에 다니는 불자 350여명이 참석해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생명살림의 잔치’가 열렸다.


‘새만금 갯벌과 온세상의 생명 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는 수경스님을 비롯한 4명의 성직자들이 3월 28일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서 출발해 시작됐다.

번뇌의 근본 원인인 탐(貪, 탐욕) 진(瞋, 노여움) 치(癡, 어리석음) 삼독(三毒)을 참회하기 위해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는 4월 21일 홍성, 4월 25일 예산, 5월 3일 천안, 5월 7일 평택, 5월 11일 오산, 5월 16일 수원, 5월 21일 과천 등을 거쳐 23일 서울에 도착했다.

하루 8시간 씩 매일 4~5km를 나아가는 삼보일배는 총 305km 중 최종 목적지까지 15km를 남겨 둔 상태다.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그대로 마시며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 오체투지를 하는 성직자들은 하루 약 2500배, 현재까지 어림잡아 130000배(쉬는 날 제외) 정도는 한 셈이다. 또 성직자들이 두겹으로 손에 끼고 있는 면장갑은 하루 평균 3번이상 교체돼 57일 동안 1300개 정도가 사용됐다.

삼보일배가 처음 시작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으론 불가능할 것’ 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뭇 생명들에게 가했던 우리들의 폭력을 참회하는 삼보일배’가 지속되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 기획실장 현고스님, 사회부장 미산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와 김영진 농림부 장관, 한명숙 환경부 장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 이부영, 장영달, 김원웅 등 국회의원, 명계남, 장선우, 예지원 등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현장을 찾았다. 특히 서울 입성을 앞두고는 일반인들의 동참이 늘어나 새만금 살리기가 전 국민적으로 확산됨을 증명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다음달 초까지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즉 신구상기획단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새만금생명평화연대측은 “신구상기획단 구성 전제는 방향성과 타당성을 상실한 방조제 공사의 중단이 선행돼야 함”을 분명히 했다. 즉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시까지 총 33㎞에 달하는 방조제를 쌓아 농업용지 3만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 여의도의 140배(1억 2천만평)에 달하는 이 사업은 91년 김대중-노태우 청와대 영수회담시 추경예산에 200억원이 반영되면서 본격화됐다. 김영진 농림부 장관은 19일 기자화견시 “1조 4천억원이 투입됐고 73% 정도 사업이 진행됐으며 내년이면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이는 방조제 공사 대비 진척도이며 감사원 추산 총사업비 대비 공사진척도는 23%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도 자인했듯 ‘농업용지 확보’라는 원래 목적이 상실된 만큼 방향성과 타당성을 잃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입된 1조 4억원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생태경제연구회는 “현 단계에서 사업을 중지할 경우 8조 1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순차적으로 개발할 경우 4조 1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일 한국생태경제연구회는 “공사가 강행될 경우 농산물 증산 등의 이익은 있지만 담수호를 4급수 수준으로 개선하가 위해 투입될 막대한 수질개선비용등을 감안할 때 손실액이 4조 1천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공사를 중지할 경우 방조제 유실방지 공사비 2억7천600만원 등이 필요하지만 갯벌 유지에 따른 효과가 3조6천882억원에 달하는 등 향후 8조1천19억원의 이득이 있다”고 발표했다.

문화연대도 16일 새만금 간척사업 공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즉각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문화연대는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된 지난 99년 7월 1일 이후 진행된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3만㎡ 이상의 공사 구역에 대한 지표조사 및 발굴 작업을 규정한 문화재보호법과 동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경스님을 비롯한 4명의 성직자들이 목숨을 건 고행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 이제 우리 불자들이 ‘수자타의 우유죽’이 돼야한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05-26 오전 8:3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