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장관 초청 종교인 오찬에 참석했던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현고스님과 사회부장 미산스님은 달라지고 있는 불교의 위상을 실감했다. 환경부장관 초청 오찬인 만큼 주된 화제는 당연히 ‘환경문제’였고, 참석자 모두가 불교 환경운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가장 중요한 국사 사회적 이슈는 ‘민주화’와 ‘인권’이었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시민운동을 통해 이 두 가지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과정에서 두 종교는 한국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2003년 오늘, 사회는 변했고 ‘환경’이 전 인류의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시대의 패러다임도 자연히 민주화와 인권에서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불교가 자리 잡게 됐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도 개신교, 천주교에서 불교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민주화나 인권문제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민주화나 인권은 어느 한 쪽(예를 들면 국가기관)과 싸워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그 방식도 ‘투쟁’이나 ‘운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환경은 다르다. 상대방(국민이나 정부)을 ‘감동’시켜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솔선수범해야 하고, 끊임없는 인내와 자기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의 당면 현안인 새만금 간척사업, 북한산 관통도로, 천성산ㆍ금정산 경부고속철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불교다. 생명가치를 최고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불교의 가치관이 환경문제와 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환경은 지속성이 생명이다. 한 때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불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사상으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친환경적 실천 프로그램 개발 등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불교에 대한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