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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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화’는 불화와는 아무 관계없는 용어”
한국미술사교육학회(회장 홍선표)가 지난 17일 개최한 제14회 전국학술대회 ‘미술사와 언어’는 어찌 보면 ‘상식 뒤집어 보기’이다. 현재 미술사 연구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생성 과정과 정확한 의미를 재검토해 보려는 시도가 드물기 때문만은 아니다. 홍선표 교수(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는 “국내 미술사학자들과 미술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미술 용어들은 대부분 근대기에 형성된 것으로, 용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없이 남용되거나 오용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불교미술 분야에서는 ‘탱화(幀畵)’가 대표적이다. 이날 ‘불교미술 서술의 용어 문제’를 발표한 정우택 교수(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는 “탱화는 불화의 또 다른 명칭이라 할 만큼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 불화의 화기나 문헌에 많이 나타나는 ‘幀(정)’이라는 글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탱(幀)’은 ‘불화(佛畵)’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불화를 ‘탱화’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탱화’ 대신 ‘불화’라는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불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를 지칭하는 용어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게 ‘탱화’ 또는 ‘○○탱’이다. 불화가 문화재로 지정될 때도 ‘○○탱’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정하는 문화재위원에 따라 ‘○○탱’과 ‘○○圖’를 뒤섞어 쓰기도 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불화의 화기(畵記)와 문헌 자료에 등장하는 ‘탱’의 용례를 검토한 정 교수는 “고려~조선시대에 ‘탱’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거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사용됐고, ‘一幀’처럼 숫자 다음에 자주 쓰이는 것으로 봐 불화와는 상관없는 ‘수량(거는 그림 한 점)’의 뜻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불화’를 지칭하는 뜻으로는 ‘畵(화)’ ‘畵像(화상)’ ‘화불(畵佛)’ ‘繪像(회상)’ ‘圖(도)’ 등의 용어가 널리 쓰였다.

이에 대해 논평자로 나선 박은경 교수(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는 “‘탱화’를 ‘불화’로 대체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 사용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불화의 분류나 유형화의 문제와 연관되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화에는 탱화뿐 아니라 벽화나 사경화(두루말이 형의 경전 그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구별할 수 있는 분류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탱화’는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용어인데, 우리 불화만의 독창성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幀)’을 왜 ‘탱’으로 읽게 됐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3-05-23 오전 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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