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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강원연합 의장 각산스님을 비롯한 100여명의 학인 스님들은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김숙원 교무 등 4명의 성직자 뒤에서 ‘한 걸음 내디디며 전생 현생 지은 죄를 참회하고, 한 걸음 내디디며 치열하지 못한 수행의 자세를 가다듬고, 한 걸음 내디디며 두 손 모아 발로참회하는’의 절을 올리고 있었다.
회색 참회의 물결 뒤에는 일요일을 맞아 인근 지역에서 온 100여명의 일반인들이 각양각색의 참회의 물결을 연출하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 9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박주영(30, 수원 서둔동) 씨는 “집에서 천 기저귀를 쓰고 세제를 줄이는 등 나름대로 환경파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늘 부족함을 느꼈다”며 “삼보일배단이 우리 지역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참여는 오후가 되자 더욱 더 늘어났다. 지장재일을 맞아 조계사, 봉은사, 영원사, 수리사, 신륵사, 신흥사 등 수도권 사찰에 다니는 불자들이 오전에 각종 법회나 재를 마치고 속속 모여든 것이다.
그중 봉은사 신도라고 밝힌 박순화(56, 서울 잠실본동) 씨가 3살 박이 손자와 삼보일배에 동참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박 씨는 “늘 손자와 함께 법회에 나왔는데 오늘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어린 학생들도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 오체투지를 해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수경스님의 손을 붙잡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 청년도 있었다. 신흥사 신도라고 밝힌 양민석(26, 아주대 건축학과) 씨는 “작년에 뇌종양 수술을 받아 아직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지만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고행을 하는 성직자들을 보러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자 옆에서 어머니가 “뇌종양도 어떻게 보면 환경문제 때문에 생길 수 있어 다른 사람보다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불편해도 삼보일배에 동참한 사람은 또 있었다. 목발을 짚으며 동참한 황종렬 씨는 “큰아들에게 생명공부를 시키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참여했다”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보일배단의 숫자는 더욱 더 늘어나 500여명에 가까워졌다. 거리를 지나다가 삼보일배 행렬을 보고 동참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삼보일배 행렬이 지나면 힘내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삼보일배단은 여기에 화답하듯 지나는 거리마다 ‘새만금의 생명 파괴를 중단하라’는 생명의 띠를 붙여 놓았다.
삼보일배 52일 째 18일 행사는 안양시 호계동 유한양행 앞에서 끝을 맺었다. 행사가 끝나자 일반인들은 양 손으로 나팔을 만들며 목청껏 소리 질렀다. “신부님 힘내세요, 목사님 힘내세요, 교무님 힘내세요, 수경스님 힘내세요.”
삼보일배는 더 이상 성직자들만의 고행이 아니었다. 서울에 가까이 올수록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생명살림의 잔치’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