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재 작법무 기능을 유일하게 보유한 어장(魚丈, 영산재 작법에 달통한 이를 이르는 말) 일응(一鷹) 스님이 11일 입적함에 따라 새로운 기능보유자 지정 등 영산재의 보전과 전승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응 스님의 입적으로 73년 영산재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이래 30년 동안 영산재 복원과 계승에 힘써 온 ‘영산재 1세대’가 모두 역사 속에 묻혔다.

이에 따라 전통 불교의식인 영산재를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보유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7년 도량장엄 기능보유자 지광스님이 입적한 데 이어 2000년 범음범패 기능보유자였던 송암·벽응 스님이 입적하면서 영산재 기능보유자를 추가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었다.

영산재 기능을 보유했던 스님들을 주축으로 영산재를 전수해 온 영산재보존회(회장 인공)는 마지막 기능보유자인 일응스님 마저 입적하자, 문화재청에 보유자 지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준보유자인 구해스님(범음불교대 학장)과 전수교육보조자인 일운, 기봉, 송강 스님 등이 영산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어산(魚山)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전수조교평가대상자, 이수자, 이수평가대상자, 전수생 등 40여명의 스님들이 영산재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올해 내 영산재의 기능보유자 지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기능보유자 지정을 위해서는 해당 무형문화재의 기능을 전수한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중인 중요무형문화재 제도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아, 문화재청이 보유자 지정을 보류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0년 송암 스님과 벽응 스님이 입적했을 때에도 영산재 기능보유자 지정을 보류했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조현중 사무관은 “영산재 1세대가 모두 입적함에 따라 기능보유자 지정이 필요하지만, 제도 재검토 등 복합적인 사정으로 인해 지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기능보유자를 지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며, 연내 지정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