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박물관에 강도가 들어 국보로 지정된 불상 등 문화재 4점을 강탈해 간 사건이 발생했다. 도난이나 훼손 등 문화재 보존관리에 있어 가장 안전한 장소로 인식됐던 국립박물관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5월 15일 오후 10시 25분께 충남 공주시 중동 국립공주박물관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2인조 강도가 침입, 1층 제2전시실에 전시돼 있던 국보 247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公州儀堂金銅菩薩立像)을 강탈해 달아났다. 이들은 또 같은 전시실에 있던 조선시대 분청사기 1점과 고려시대 상감청자 접시 및 잔 등 비지정문화재 3점도 함께 가져갔다.
범인들은 당직자가 바람을 쐬기 위해 현관 셔터를 열어놓은 틈을 타 침입했으며 전기충격기와 흉기로 당직자를 위협한 후 전시실 출입문의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 유물을 털어갔다. 그러나 2층 무령왕릉 전시실과 달리 1층 전시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 당시 적외선 감지기도 꺼져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원 경찰 2명도 근무 중이었으나 정문 등 외곽 순찰만 돌아 괴한들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새 공주박물관이 12월 준공 예정이라 보안장비 투자 등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각 박물관에 대한 일제 보안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에 강탈당한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은 1974년 공주시 의당면 송정리의 한 절터에서 출토된 보살상으로 7세기 백제 때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다음은 국립 공주박물관 불상(성보문화재) 도난 사건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의 논평 전문.
5월 15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발생한 백제시대 성보문화재인 불상(국보 제247호)이 도난 당한 사건에 대해 우리 종단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종단은 정부가 도난성보문화재 회수에 총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하며, 2000만 불자와 국민은 도난 문화재 회수를 위해 시민신고정신을 발휘하여 주기 바라며, 범인들의 애국적 결단과 참회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는 이번 사건이 헌정사상 최초로 일어난 국립박물관에서의 국가지정문화재 강탈사건임을 인지하고, 정부 보유 문화재 관리를 위한 일대 정책결단을 기대하며, 시설과 인력이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사찰박물관 등 사설 박물관에 대한 도난방지 시설 설치와 관리 운영에 대해 정책적 접근과 적극적인 지원을 신속히 단행해 줄 것을 촉구한다.
불기 2547(2003)년 5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 총무원 기획실장 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