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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 정도로 지극한 연꽃 찬탄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가히 신앙에 가까운 연꽃 사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든 의아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상식적인 반응이다. 현자에서부터 장삼이사에게도 통하는 상식의 건강한 보편성도, 가끔씩 이렇게 비범을 마주하게 되면 그것이 타성 혹은 편견과 이웃사촌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연꽃과 지극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차기천 목사(55). 은퇴한 목회자들을 위한 양로원인 공주원로원의 원장이기도 하다.
차 목사님과의 만남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연꽃 키우는 목사님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의 의외성은 미풍에 불과했다. 우선 키우고 있는 연꽃의 종류와 규모는 범인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600여 종의 연과 수련을 키우고 있어요. 재배 면적은 3만평인데 비닐하우스는 2천 평이예요.”
잇따르는 의문들이 순서도 없이 머릿속에서 뒤엉킨다. 우선 드는 생각. ‘얼마나 어려웠을까? 돈은 또 얼마나 들었을까.?’
“하나도 어려울 게 없어요. 흙과 물만 있으면 돼요. 자연의 원리만큼 간단명료한 게 없지요. 그것만 알면 돼요. 그것도 자연이 가르쳐 줘요. 꽃을 좋아하면 꽃이 기르는 법도 가르쳐 줍니다. 사실 우리나라 자생종은 몇 종밖에 없어요. 외국에서 구할 수밖에 없죠. 인터넷 같은 걸 통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구할 수 있어요. 씨앗이나 뿌리의 형태로 구한 후에 증식을 시키면 되니까.”
참 쉽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무덤덤함이나 천성적으로 ‘젠체’할 줄 모르는 성품에서 나온 말이겠지. 아마도 목사님에게는 화훼에 관한 ‘특별한 지식과 오랜 경험]’이 있을 거야.
“본격적으로 연을 기른지는 5년 남짓이예요. 특별한 동기요? 그런 것도 없어요. 다만 내가 섬기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꽃을 좋아하면 심리적으로 편안해질 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돼요. 요즘 콘크리트 위에서 사는 아이들한테도 그래요. 초등학교를 꽃밭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요즘 학교는 너무 삭막하죠?”
공주 원로원은 양로원이라기보다는 야외 식물원이 연상될 정도로 꽃이 많았다. 2개의 작은 연못과 마당 가득한 연꽃뿐 아니라 메발톱꽃과 같은 야생화로 가득했다. 건물 창틀에도 패랭이꽃을 심은 화분이 가지런하고, 건물 옆 7동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열대성 연들이 가득이다. 이것만 돌보는 데도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할 텐데, 특별한 경우 품을 사는 일 말고는 목사님 혼자서 모든 걸 한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을 해요. 노동과 수양은 비례합니다. 노동의 소중함을 알면 힘든 줄을 몰라요.”
백장청규를 연상시키는 말씀이다. 아니나다를까. 목사님은 스님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연꽃을 인연으로 알게 된 스님 친구들이 90분이예요. 지금도 스님들이 오면 화분만 원가로 받고 꽃은 거저 드려요. 연꽃이 꼭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연꽃을 기르는 사찰이 드물더군요. 연꽃을 기르기 전에는 으레 절에는 연꽃이 있는 줄 알았어요. 아무튼 그런 인연으로 마곡사 위 화림원의 정현 스님과 함께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종교는 달라도 사회적 책임은 같이 지자는 뜻으로 만난 거지요. 좋은 일 하는 데도 가이드가 필요하거든요.”
여기서 마지막 의문이 풀린다. ‘좋은 일 가이드.’ 단순히 관상용으로 연꽃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고아원, 양로원 만드는 것이 복지가 아니예요. 사회의 모든 활동이 복지여야 해요. 연꽃 기르기도 미래농업을 위해 농민들에게 다 돌려 줄 겁니다. 미래 환경 산업으로서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관상용으로 야생화 기르기가 성행인데, 야생화와 비교할 때 연꽃의 경쟁력이 훨씬 커요. 키우기 쉬운데다 개화 기간이 길거든요. 수련의 경우는 5월부터 9월까지 꽃을 볼 수 있어요.”
기르기 쉽다는 말에 솔깃하여 수련 한 뿌리 살 수 없냐고 하니 거저 가져가라신다.
“이런 일은 소유 개념을 버리고 해야 해요. 그냥 드릴 테니 잘 키워 봐요. 좋은 건 나눠야죠.”
내 가슴 속엔 벌써 연꽃이 만발했다. 좋은 때다. 부처님 오시는 때다.
◑미래농업으로서의 연꽃 기르기
차기천 목사의 말에 의하면 미래농업으로서 연꽃 기르기의 부가가치는 크고도 다양하다. 식용의 범위는 뿌리에서 꽃잎까지인데, 연근 조림은 흔한 반찬이지만 연근을 이용한 응용 식품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차 목사는 연국수, 연칼국수, 연선식, 연만두, 연라면, 연수제비, 연과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했거나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약용 또는 보양식품으로서 효능도 뛰어나다. 백련차의 경우는 피를 맑게 할 뿐 아니라 심신 안정에 특효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도하는 스님들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연의 효능에 대해 “기력을 도와 온갖 병을 낫게 한다. 오장을 보하고 갈증과 이질을 멈추게 한다. 또한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전한다.
화장품이나 향수를 만들 수도 있다. 꽃잎에서 향을 추출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연의 탁월한 수질 정화 능력은 환경 산업으로서도 큰 잠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수익 측면에서 볼 때, 동일 면적 벼농사의 세 배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연은 농업적 목적으로 재배한다고 할지라도 관상적 기능을 잃지 않기 때문에 관광 산업적 부가 가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