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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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살아야 세계도 국가도 개인도 산다-2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정길 정토회 공양주가 어린이들에게 방한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제공=정토회
저 멀리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최근 이라크 전쟁까지 종교는 ‘성전(聖戰)’이라는 미명아래 인류에게 반목과 대립, 고통과 살육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자비’와 ‘사랑’을 가르쳐왔지만 지구촌에 평화 대신 분노와 탐욕의 기운이 오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종교, 특히 불교는 인류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불교에서 평화란 무엇이며 평화를 깨트리는 원인은 무엇인가? 불교계는 현재 평화 사상 실천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 실천 과제는 무엇인가?

■불교와 평화
서구 전통 개념에서 평화란 프랑스 정치?사회학자 레이몽 아롱(1924~)이 지적했듯 ‘정치적 단위간의 대립적 폭력형태가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정지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평화는 ‘전쟁이 없는 외적인 평화’를 진정으로 가능하게 하는 ‘내적인 평화’에서 출발하며, 탐욕과 분노로 표현되는 야심ㆍ이익ㆍ경쟁심ㆍ불안ㆍ공포 등과 같이 폭력을 낳는 인간의 내연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 개념을 넓혀 놨다.

〈범망경〉에서는 “이익을 얻으려는 모진 마음(利養惡心) 때문에 나라의 사명을 받들고, 군진(軍陣)에서 회합하고, 군대를 일으키고 서로 치고 무량한 중생을 죽이지 말라”고 가르친다. 즉 인간의 욕심이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틱낫한 스님이 지적했듯 전쟁의 또 다른 원인은 ‘분노’와 ‘공포’다. 스님에 따르면 분노 이면에 공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러한 분노와 공포가 한 뿌리가 되어 무자비한 학살과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평화 실천을 위한 불교계 움직임들
이라크 전쟁과 관련 최근 불교계에서는 반전평화 의지가 뜨겁다. 이것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이라크 전쟁이 한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조계종과 천태종 등 주요 종단들은 현재 이라크 난민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계종은 4월 16일 총무원 종무회의에서 이라크 난민 돕기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각 사찰에 공문을 발송했다. 천태종도 4월 19일부터 성금 모금운동에 돌입, 5월 법회를 ‘이라크 어린이를 위한 특별기도회’로 전환해 봉행한다.

이에 앞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불교계 13개 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 불교대책위원회는 3월 27일부터 4월 17일까지 서울 조계사 일대에서 ‘전쟁반대 파병반대 걷기시위’를 벌였다. 또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을 비롯한 13개 불교단체는 4월 29일 조계사 불교대학 2층에서 ‘이라크 난민 지원을 위한 범불교 대책위원회’ 창립식을 개최했다. 범불교대책위는 현재 요르단 수도 암만에 이인기 씨를 선발대로 파견해 현지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토회도 난민 구호를 위해 박지나 한국JTS 해외사업본부장을 비롯한 4명을 2일 이라크로 파견했다.

불교계의 이 같은 평화의지는 오는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용인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 열리는 ‘2003년 참여불교세계대회’에서 전문화ㆍ체계화 될 예정이다. 참여불교세계연대(INEB) 창시자인 스리랑카 아리야라트네 박사 등 국내외 스님 및 재가자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 2003년 참여불교세계대회는 ‘세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참여불교 협력과 연대’를 주제로 기조강연과 8개의 분과토의, 전체 심층토론 등으로 이뤄진다. 23일에는 토론에서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불자들의 구체적 평화실천방안 등이 담긴 성명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또 최근 불교 이념에 기반한 지역 단체인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창립과 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의 ‘불교와 평화’ 책 발간도 주목할 만하다.

■평화 실천을 위한 이론ㆍ실천적 과제
부처님의 가르침 중 평화적 사고의 기본은 연기(緣起)다. 즉 홀로 존재하지 않음을 절감할 때,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자연과의 반목과 투쟁을 줄일 수 있다.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에서도 평화 실천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 즉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비를 가려 어느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보다 한 단계 위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힘사(不害)’ 정신에서도 불교적 평화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아힘사란 단순히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아힘사 정신은 자타의 입장을 이성에 의해 조화시킬 때 가능하다.

‘연기’와 ‘화쟁사상’ ‘아힘사’ 정신이 이론적 목표라면 불자들이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참여불교 생활수행 캠페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정희 재가연대 국제협력팀장은 “ ‘나와 세상을 바꾸는 300초’라는 캠페인에서 틱낫한 스님이 제안하는 12개 지침들을 하나씩 천천히 암송하면 평화로운 마음과 자비심이 충만해 세상의 많은 고통을 껴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평화 정착을 위해 활동하는 불교단체(BOX)
평화 정착을 위해 활동하는 국외 불교단체들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불교평화교우회(www.bpf.org)다. 1979년에 설립된 불교평화교우회는 전 세계 4천여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베트남, 티베트 등 갈등과 충돌이 있었던 지역에서 불교의 평화 사상을 일깨우고 있다.

참여불교세계연대(INEB, www.igc.org/bpf/ineb.html)도 세미나와 지뢰퇴치운동, 대안교육운동 등을 통해 평화 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아시아 30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불교평화회의(ABCP)에서도 아시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티베트 여성회 친구(www.fotwa.org), 불교 빈민구제사업단(www2.gol.com/users/brelief), 사르보다야 공동체(www.sarvodaya.org), 입정교성회 등이 있다.

국내 단체로는 정토회가 단연 주목 받는다. 정토회 산하 국제기아ㆍ질병ㆍ문맹퇴치 기구인 JTS와 국제평화ㆍ인권ㆍ난민지원센터인 좋은벗들의 경우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북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진각종 JGO는 주로 대북지원 활동에 중점을 둔다. 이 외에도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우리는선우 등이 평화 운동에 직ㆍ간접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 운동을 이끄는 불자들
국외 평화 운동을 이끄는 불자들로서는 달라이 라마ㆍ틱낫한ㆍ고사난다 스님, 아리야라트네, 아웅산 수지, 술락 시바락사 등이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조국이 중국 정부로부터 종교적ㆍ정치적으로 박해를 받아도 철저히 비폭력으로 대응했다. 달라이 라마는 1989년 세계 평화와 비폭력주의에 헌신한 점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틱낫한 스님도 프랑스에서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이끌며 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참여불교 이념을 대중화한 스님은 고국 베트남에서 평화 운동을 펼치다 추방당하기도 했으며,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평화 사상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 불교 최고 지도자인 고사난다 스님은 국민을 전쟁의 고통에서 구해내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아버지’로 불린다. 1991년부터 평화와 화해를 위한 ‘평화 대행진’을 이끈 스님은 92년 세계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에서 사르보다야 공동체의 슈라마다나(노동의 선물) 운동을 이끌고 있는 아리야라트네는 평화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얀마의 불교정치지도자 아웅산 수지와 태국 참여불교지도자 술락 시바락사도 평화 운동을 위해 헌신해왔다.

국내 불자들로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과 평불협 회장 법타스님, LA 관음사 주지 도안스님, 박광서 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 상임대표가 있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05-06 오전 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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