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씨가 30년간 모은 국보-보물급 유물 46건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불교계에도 문화재 기증이 잇달아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학자인 조병호씨와 홍경식 교수(서울산업대). 두 사람은 최근 자신이 구입해 보관하고 있던 고려시대 금ㆍ은니 사경 <범망경 보살계> 한 점과 임진왜란 전에 찍었던 <법화경> 판본 3권1질을 원래 소장처인 전북 완주 안심사에 기증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장 지방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안심사 주지 진관 스님의 전언이다.
조씨는 단군의 묘를 자비로 지어 대전시에 기증했을 정도로 지역에선 꽤 알려진 한학자. 2년 전 서첩 형태(세로 30cm, 전체 폭 1m)로 된 고려사경을 구입했던 조씨는 최근 아무 조건 없이 안심사에 이를 기증했다. 사경에 ‘안심사에서 전해왔다(安心寺 遺傳)’는 기록이 적혀있는 만큼 “안심사에 있던 유물은 안심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홍 교수는 애초부터 안심사에 기증할 목적으로 유물을 구입한 경우다. 평소 진관 스님과 인연이 깊었던 홍 교수는 서울 인사동 고서점가에 안심사에서 찍은 조선시대 <법화경> 판본이 있다는 얘기를 들고 수소문 끝에 500만원에 이를 구입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전소된 안심사 복원불사를 벌이고 있는 주지 스님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진관 스님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안심사는 사내 암자 19개를 거느린 대가람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불타 지금은 사적비와 부도 등 석조물만 몇 점 남아있다”며 “원래 자리를 잃고 떠도는 성보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몰라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 조계종 총무원장의 표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