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을 든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도, 아빠 품에 고이 잠들어 있는 아이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도 모두 하나였다. 부처님은 그렇게 이 땅에 오셨고, 불자들은 차별없는 부처님의 뜻을 되새겼다.
불기 2547년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가 연인원 20만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4일 동대문운동장과 조계사 앞 우정국로, 종로 거리에서 펼쳐졌다. 특히, 태국이 국가 차원에서 참가하는 등 올해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에는 외국인 참가자가 예년보다 많은 2만 여명에 달해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봉행된 동대문운동장 연등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을 비롯해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11개 종단 총무원장과 100여 사찰 스님과 신도 등 사부대중 4만여 명이 참석해 부처님 오신 뜻을 기렸다. 이날 법회에서는 “통일의 길이 험난해도 불심으로 화합하여 불퇴전의 마음으로 용맹정진 하자”는 내용의 남북불교도공동발원문도 봉독됐다.
법회를 마친 불자들은 대형 장엄물, 수만 개의 연등, 오색 깃발을 앞세우고 조계사 앞까지 제등행진을 벌이며 서울의 밤을 ‘평화와 자비’로 수놓았다. 제등행진에는 법장스님을 비롯해 태고, 천태, 진각, 관음종 총무원장도 참가했으며,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은 행렬을 지켜보며 합장인사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했다.
연등법회에 앞서 이날 낮 12시부터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열린 거리 문화축제에서는 불교단체들의 사불 사경, 연꽃 전시, 외국인 등 만들기, 이웃을 위한 등 달기, 미아 찾아주기, 컵등 만들기, 사찰 음식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돼 축제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부산과 대구, 광주, 청주 등 전국 60여 도시에서도 연등축제가 열려 많은 불자들과 시민들이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