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열린 조계종 제 158회 임시중앙종회가 멸빈자 구제를 위한 종헌 개정에는 실패했으나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남긴 종회였다는 것이 중진 의원들의 평이다.
오늘 종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종헌개정안은 부결됐지만 멸빈자를 사면시키기 위한 종헌 개정안이 투표에 부쳐지는 상황까지 진전된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총무원이 새 집행부 출범과 함께 개혁이니, 화합이니 하는 선전성 문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멸빈자를 포함하는 대사면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나름대로 진력해 온 것이 이번 종회에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사면 의지는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종단 화합을 위한 순수한 노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데 많은 종회 의원들이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간 멸빈자를 구제하기 위한 사면 논의는 계속 돼 왔다. 그러나 중앙종회에서 종헌 개정안을 두고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투표를 하는 수순까지 진전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 따라서 이번 종회에서 찬성 41 반대 31이라는 결과로 부결 됐지만 다음 종회에 이 안건이 다시 상정될 경우 가결될 희망은 충분히 보인다는 것이 중진 의원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종회는 계파간 이해 관계가 그대로 작용했다는 점은 종단의 원융화합이라는 명제를 부끄럽게 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종회 총무분과위원장 종광스님은 종헌개정안의 부결 직후 발언을 통해 "대사면이라는 원칙에는 모든 계파의 중진들이 다 동의 했었고 이번 종회에서는 종단화합의 길을 열자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헌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무기명비밀투표에 부쳐 부결이 된 것은 자비문중의 종도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종광스님은 이 발언을 통해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종회를 앞두고 각 계파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었고 그에 앞서 교구본사주지연합회의 사면 지지 성명, 종정 스님과 원로회의의 대사면 유시 등 멸빈자를 포함한 사면에 대한 종단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으나 종회의 일부 계파가 이해관계에 얽매여 종헌 개정을 불발시킨 데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이번 종회에서 종헌 개정안에 손을 들어주지 않은 계파는 보림회와 금강회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일여회와 원융회의 경우 소속 종회의원스님들이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해 왔다. 그에비해 금강회와 보림회의 경우 말을 아껴왔던 게 사실.
금강회의 경우 1998년 종단 사태 당시 정화개혁회의와 맞서 있던 당사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사면에 대한 동의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입장. 지난 4월 22일 월탄스님과 월주스님의 만남이 그저 '만남'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했으며 24일과 25일 연거푸 찾아간 정우, 원학, 성문 스님 등을 월주 스님이 만나주지 않은 것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쉽게 읽혀진다는 것이 종회 일각의 분석이다.
보림회의 경우 지난 2월 치러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종하스님을 지지했던 계파다. 따라서 고산스님과 정대스님이 총무원장을 역임하면서 멸빈자를 포함한 대사면을 단행하지 못했는데 법장 총무원장 스님이 취임 2개월 만에 그 '공적'을 이루는 것에 협조적이기 어렵지 않겠는냐는 견해가 있는 것.
조계종단의 원융화합을 위한 제31대 집행부의 첫 드라이브. 종정과 원로회의, 교구본사 주지 등 폭넓은 지지를 받으면서 추진된 대사면을 위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상당한 희망을 남겼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종헌 개정안은 다음 종회에 다시 상정 될 수 있으며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는 한 토론의 여지도 없다. 다만 계파간의 이해관계를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어떻게 풀어 낼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남겨 두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