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30호 경북 선산 죽장동오층석탑의 기단부가 잘못 복원됐다는 주장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높이 10m로 전탑형의 5층탑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탑인 죽장동오층석탑은 탑신을 받치는 이층기단 중 상층 기단부가 훼손돼 1972년 6~9월을 전면 해체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충식 교수(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는 최근 발간된 <동악미술사학> 3호에 기고한 논문 ‘선산 죽장동 모전석탑의 복원 문제’에서 “하층기단은 우주(탑신 모서리의 기둥)와 탱주(버팀기둥)가 없는 전형적인 모전석탑 양식인데도 상층기단에 우주와 탱주를 별도의 돌을 끼워 넣음으로써 어색한 양식의 석탑이 돼 버렸다”며 “상ㆍ하 기단 모두 우주와 탱주가 없는 모전석탑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죽장동오층석탑 기단부가 잘못 복원된 것은 근처에 있는 낙산동삼층석탑(보물 469호)의 기단 양식을 참고로 복원했기 때문이다. 역시 통일신라 모전석탑인 낙산동삼층석탑은 이층기단에다가 1층 몸돌(탑신)에 감실을 만든 점 등이 죽장동오층석탑과 양식적으로 비슷하다. 바로 이 낙산동삼층석탑의 이층기단에 우주와 탱주가 모각(模刻)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죽장동오층석탑의 기단에도 우주와 탱주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모전석탑의 경우 우주와 탱주와 없는 것이 일반적 형식이므로 하층기단에 이들이 없었다면 상층기단 역시 생략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웃해 있는 낙산동삼층석탑에 우주, 탱주를 등장시킨 특수한 경우가 있다 하여 죽장동 석탑에도 그대로 추종한 결과 석탑 자체의 양식이 무시되고 조화를 깨뜨리는 복원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주와 탱주를 넣더라도 낙산동삼층석탑처럼 모각하는 것이 신라 석탑의 전통양식인데도 별도의 돌을 끼워 복원된 점 역시 큰 문제라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우주와 탱주처럼 별주(別柱)의 경우 기단 면석이나 몸돌에 붙여서 모각하는 것은 견고성을 고려한 우리나라 고대 석탑의 특색이다.
장 교수는 “현재의 우주와 탱주를 제거하고 그 폭에 해당하는 크기의 판석을 새로운 석재로 보충해 넣는 것이 석탑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라며 “원상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모전석탑이란?]
석재로써 전탑을 모방하여 만든 탑으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양식이다. 모전석탑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석재를 벽돌모양으로 잘라서 축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석탑과 같이 석괴(石塊)를 층층으로 쌓되 기단과 빗물이 떨어지는 낙수면에서 신라 전탑의 형식을 따른 것이다. 전자의 대표는 경주 분황사 석탑이고 후자의 것은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동의 5층석탑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형식에서 공통으로 지적되는 것은 기단이 단층이라는 것인데, 이 점 역시 전탑의 형식에서 유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