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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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새긴 불심' 김순자 도예전
24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중앙문화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김순자 도예전’에 가면 경전문구들이 전각돼 있는 도자기 7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었던 도자기 사경 작품은 완성된 백자위에 붓글씨로 사경한 것이 대부분. 이런 점에서 김순자씨(65)의 이번 작품들은 독특하다. 경구들을 쓴 것이 아니라 조각칼로 새겨 넣었다. 김씨의 작품을 대하면 ‘종이위에 글씨로 사경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도자기에 새겨 넣었을까’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이 작품들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은 ‘반야심경’, ‘광명진언’, ‘대원성취진언’, ‘참회진언’ 등의 경구를 김씨가 모두 다 암기해서 한문으로 옮겨적었다는 것이다. “전각 작업에 들어가기 전 수없이 반복해 경전을 암송하며 사경했다”는 김씨는 현재 팔이 부어오른 상태다. ‘반야심경’ 작품을 만드는 데만 하루 10시간씩 총 1백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고된 작업 탓이다.

“나이 60이 넘어 눈도 침침해서 하루동안 작업하면 그 다음날은 쉬어야 다음 작업에 열중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한 작품을 만드는데만 한달이 넘게 걸리는 강행군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시회 1주일 전 벽제의 작업장에서 만난 김씨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결이 뭘까.

“6년동안 여름과 겨울 한 철씩 안거를 마치고 나온 기분입니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에 경구들을 새겨 넣는 작업은 화두를 들고 용맹정진하는 것과 같은 인고의 시간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화두를 시원스레 풀어냈다는 뿌듯한 생각이 들더군요”라며 즐거워 한다.

김씨의 작품들을 얼핏 보면 검게 그을린 나무위에 전각을 해놓은 것 같다. 유약의 마술이다. 아이보리, 검정, 그린, 브라운 등 4가지 이상의 유약을 초벌구이 후에 발라 10시간 이상 다시 1300도에서 재벌구이를 하면 높은 열에 의해 유약이 녹아 흘러 다채로운 모양을 빚어낸다.

“도예는 파손율이 높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을 위해 가마에 빚은 도자기만도 5백개 가 넘지요. 그래서인지 작품이 완성되면 새 생명을 잉태한 것처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김씨가 7년동안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며 힘든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10년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중앙문화센터에서 들어온 ‘불교문화의 숨결’ 덕분이다. 정병조, 권기종 교수 등 불교학자들의 강의를 들으며 신심을 다져 온 것.
“경구를 새겨 넣는 도자기 전각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 겁니다. 나이가 들어 글씨를 새기는 작업은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작품이 아닌 종이에 사경하며 불교공부를 하는데 만족해야 지요.” 김순자씨는 이번 전시에 앞서 85년 일본 후꾸오까에서, 92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4-28 오전 8: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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