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KBS홀에서는 니르바나 실내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지난해 보다 2배 가까운 1700여석의 연주장을 가득 메운 객석을 보며 이제 니르바나도 명실상부한 연주단체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서현석 강남구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글링카의 ‘루드밀라 서곡’을 위해 지휘봉이 허공을 가르자 멈춰버린 공기를 타고 음악은 객석 구석구석으로 뜨거운 열기처럼 퍼져 나갔다.
1부 순서에 연주된 사물놀이를 위한 협주곡 ‘마당’과 해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얼’은 흥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얼핏들으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국악기와 양악기의 조화를 착실하게 이끌어 낸 것도 인상적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소리꾼 장사익씨의 음성공양이었다.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로왔으면 좋겠다는 장씨의 멘트대로 그의 대표곡 ‘찔레꽃’과 ‘님은 먼곳에’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고요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주었다. 계속되는 관객들의 박수는 앵콜곡 ‘꿈길’까지 서비스할 정도로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에 편성된 ‘비제의 칼멘’ 대신 장사익씨의 순서를 피날레로 넣었으면 대미를 확실히 흥겹게 장식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불자가수들에게 대목(?)인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연일 계속되는 공연탓인지 장씨 특유의 가슴속에서 끌어올려 내질러 대는 풍만한 가창력은 이날 공연에서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들었다. 특히 고음 처리는 불안하고 힘겨운 인상을 받았을 정도다.
이어 연주된 ‘백조의 호수’는 관객들의 귀에 많이 익숙해서 인지 콧노래와 흥겨운 몸놀림 장단에 맞춰 즐기는 관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띠었다. 유려하고 섬세한 현악기의 울림속에 약간 도드라지는 플루트의 음색은 목관악기를 잘 활용한 작곡가 비제의 뜻을 제대로 잘 표현했다. 앙상블의 정교함도 지난해 정기연주회때보다 한층 더 성숙한 느낌을 받았다.
이날 공연에서 무엇보다 제일 아쉬었던 것은 20분간 연주된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성곡 ‘부처님 이야기’다. 양악기와 불교음악의 부조화스런 편성때문인지 시종 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흡인력이 약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지 못했다. 봉축기념이었고 유난히 스님 관객이 많았던 이날 공연을 감안한다면 장중한 교성곡의 맛을 잘 살려내지 못한 것은 더더욱 유감이었다. 또 국내음악회의 단골 앵콜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이 이날 앵콜에도 어김없이 나왔지만 봉축음악회답게 경쾌한 찬불가요를 연주했으면 좋았을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관객들도 환희심을 느끼면서 함께 따라부르게 말이다.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는 한층 더 발전된 느낌이다. 다양한 레퍼토리에 오케스트라 규모도 50여명으로 늘렸고, 진행도 외국인들을 위해 아리랑 위성TV MC인 박칼린씨를 초청해 곡 해설과 멘트를 영어로 설명해 주는 친절한 배려까지 선보였다.
아울러 혼자 음악감독을 비롯해 홍보 등 1인 다역을 해가며 동분서주하는 강형진 단장의 노고에도 치하를 보낸다. 대기업도 운영하기 힘든 것이 오케스트라인데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종단의 지원없이 혼자서 끌어나가는 힘든 현실속에서 이 정도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 것은 큰 원력과 정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가끔씩 머리를 맑히기 위해 올라가 3천배 정진을 하는 해인사 백련암 성철 스님의 가피때문일까. 여하튼 마에스트로를 꿈꾸는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탁연 조계종 문화부장 스님을 비롯해 총무국장 주경스님, 조계사 주지 지홍 스님, 봉은사 주지 원혜 스님,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 등이 참석해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