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사회적 기능은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존엄성 수호라는 점에서 공존공영과 평화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은 종교 공동의 관심사다. 이 같은 공동선의 실천이 있기에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점은 불교 역시 마찬가지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생명의 현양과 자비의 실현은 불교의 핵심인 것이다.
로히니강의 물을 독점하기 위해 상·하류에 거주하는 부족 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부처님께서는 “물이 인간의 생명보다도 더 귀하단 말인가?”라며 이해 당사자들을 화해시켰다. 고독한 사람, 병든 사람, 아픈 사람을 돌보아 주는 것이 부처님 당신을 섬기는 것이라 가르치기도 했다. 복전 중에서 빈궁전은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며, 이 빈궁전을 실천하면 무량한 복덕을 받게 된다고 가르치기도 했다.
이라크전쟁이 끝나자 조계종, 천태종, 경불련 등 많은 불교 단체들이 이라크 난민 구호활동에 발 벗고 나섰다는 소식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궁행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전쟁 당사국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념을 떠나 아무런 이유 없이 죽거나 상처받은 사람들, 굶주림과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위안이나마 줄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이자 작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구태여 한국전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들은 이민족의 아픔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불교도의 사명감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