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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수원 서호노인복지관 4층. 20여 수원포교당 불교학생회원들이 듀엣 가수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을 손짓으로 노래한다. 반박자씩 놓치는 손동작. 아이들은 관중의 눈치를 계속 살피지만 메시지 하나 만큼은 소리없이 전하고 있다.
행사는 중·고등부 학생회가 직접 마련했다. 학생회 창립 34주년 행사를 '장애인의 날'로 기념하기 위해서다. 수원 지역 장애인 2백여 명이 초청됐고, 프로그램은 수원산성 순례, 장애인 한마당 잔치까지 짬지게 준비됐다.
10시, 수원산성 나들이가 시작됐다. 장애인들은 궂은 날씨에 머뭇거렸지만, 오늘 만큼은 바라보는데만 만족했던 수원산성을 밟아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오르막에선 숨이 차오르고 내리막에서는 내딛는 발걸음이 버거웠지만, 즐거운 표정만은 잊지 않았다.
"모처럼 바깥 나들이 하니까 좋네요.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난 뒤로, 엄두도 못냈는데…, 신나기만 하네요." 지체장애1급 정홍만 씨(42)의 얼굴이 붉은 빛으로 상기된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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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장애인 한마당 시간. 몇몇 장애인이 가수 뺨치는 노래가 이어지자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 수원포교당 연꽃어린이 팬플릇 반이 '반갑습니다'를 공연했고, 연이은 노래자랑에 학생회원들과 장애인들이 어울려 춤을 추었다. 박자 무시, 율동은 따로따로. 그래도 좋다고 난리들이다.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실원 스님의 율동도 귀엽다고 자지러진다. 장삼 자락을 휘날리며 만들어내는 몸짓에 장애인들과 학생들이 배꼽잡고 웃어댄다.
이날은 스님, 장애인, 불교학생회원들 모두가 하나가 됐다. 장애라는 굴레를 벗어던져 버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서로의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