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남서부지역에 남아있는 향교의 약 30%는 원래 절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최근 <경상북도의 향교 건축-남서부편>(유교건축총서 3집)을 발간했다. 문화재연구소는 한국건축역사학회(회장 이상해)와 공동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향교 39건에 대한 학술조사를 2001년에 벌였고, 남서부지역 19곳에 대한 보고서를 먼저 냈다. 북동부편은 올 하반기 발간 예정.
보고서에 수록된 19곳의 향교 가운데 원래 절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향교는 대구향교와 현풍향교, 청도향교, 상주향교, 고령향교, 성주향교 등 6곳. 이들 향교에는 건물의 기단이나 주춧돌에 석탑ㆍ석등의 부재가 들어가 있거나 불교관련 석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현풍향교의 경우 8각 석등의 하대석이 향교의 중심건물인 대성전(공자의 위패를 모신 곳, 문화재자료 27호) 주춧돌(礎石)로 사용됐고 기단 면석에도 불교 관련 문양이 새겨진 석재가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강학 장소인 명륜당의 주초석 일부에도 석탑 부재가 쓰였고, 불상의 대좌와 석탑 부재 등이 남아 있어 원래 절터였음을 알 수 있다.
대구향교의 대성전(문화재자료 1호)은 이번 조사에서 보물 616호로 지정된 영천향교 대성전과 비슷한 시기인 17세기 초 양식으로 밝혀져 문화재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았는데, 여기에도 주춧돌의 일부가 석탑 부재다.
일대가 지방유형문화재 155호로 지정된 상주향교는 대성전 기단에 석탑 부재가 들어가 있고, 지방유형문화재 2076호인 청도향교에도 불교와 관련된 석재들이 많이 남아 있다.
조사를 맡았던 문화재연구소 미술공예실 조상순 연구원은 “건물에 석탑 부재가 들어가 있거나 불교관련 문양이 새겨진 석재가 남아 있는 경우 사찰터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6년부터 문화재로 지정된 전국의 향교 222곳 중 160곳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올해에는 남은 경남과 전남ㆍ제주지역 향교 62곳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