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조계종과 정부가 수락산·불암산(5,6공구) 공사를 중단하고 북한산 관통도로 노선을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것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그동안 노선 재검토를 계속해 주장해온 불교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을 수용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보 전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선 재검토에 앞서 5.6공구 공사를 중단키로 한 것 역시 정부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그동안 노선의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해왔던 정부가 노선 결정 과정에서 환경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경제성과 똑같이 적용키로 합의했다는 것은 향후 정부의 정책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북한산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해왔던 불교계와 환경·지역단체들 간의 불협화음이 그것이다.
환경·지역단체들은 △수락산 불암산 구간에 대한 불교계 대표성 위임문제 △짧은 노선재검토위원회 활동기간(45일) △합의 과정에서 다른 단체들의 의견 수렴 부족 등을 거론하며 합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는 △북한산 문제에 대해 불교계가 발휘했던 역량 △노선재검토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가능 등을 근거로 합의문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안노선 검토 및 결정 과정에서 안게 되는 부담을 덜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조계종 공대위와 정부가 14일 합의한 문서에는 △의정부 외곽 노선 △북한산 국립공원 외곽 우회 노선 △기존노선 등 3개의 노선을 검토대상으로 한정했다.
각 노선별 특징을 보면 ▲의정부 외곽 노선은 사패산(4공구), 수락산(5공구), 불암산(6공구)을 모두 우회하는 노선이다. 조계종 공대위와 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 관통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이 노선을 최적의 대안노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이미 진행된 공사구간과 투입된 경비 문제. 3월 말을 기준으로 17% 정도 공사가 진행됐고 3천 3백억원의 국고가 투입됐다. 그러나 작년 7월 한국생태경제연구회는 관통도가 우회도로보다 사회?환경적 비용이 1조 34억원 정도 더 든다고 지적했다.
▲북한산 국립공원 외곽 우회 노선은 사패산 구간은 우회하되 수락산, 불암산 구간은 관통하는 노선이다. 이 중 수락산 터널은 30%정도 공사가 진행됐고, 불암산 구간 일산방향은 6일자로 관통됐으며 퇴계원 구간도 관통을 100m 정도 남겨두고 있다.
이 노선이 선정될 경우 선정 책임에 대한 조계종 공대위의 부담이 예상된다. 즉 최종 결론은 노선재검토위나 국무총리실에서 조정·결정하게 되어있지만, 불교계는 합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기존노선은 사패산 뿐 아니라 수락산 불암산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불교계에 내걸었던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이었던 만큼, 이 노선이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패산만 우회하든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 모두를 우회하든 이것은 도로공사의 제시안일 뿐 불교계나 지역·환경단체가 공식적으로 주장하지 않았고,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노선 결정 후 파장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금정산·천성산 문제는 대안노선검토위원회 구성 자체가 불투명해짐으로써 일단은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노선검토위원회 구성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안노선을 먼저 검토하고 이를 기존노선과 비교 검토하자는 시민종교대책위측의 주장과 모든 노선을 검토하자는 정부 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