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쿠시나가라의 사라나무 숲에서 열반에 드셨다. 남은 것은 오직 그의 말씀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성문(聲聞)의 제자들로서는 스승이 남긴 교법을 결집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스승이 지나갔던 발자취를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필연적이고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들 성문제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불타의 교법을 어떻게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것인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생겨난 성전이 바로 <아비달마 논장>이다.
권오민 교수(46 ? 경상대 인문학부)가 펴낸 <아비달마불교>는 아비달마시대의 본질과 교리 및 불교 용어들을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아비달마? 우선 책 제목부터 초심자들에게는 생소할 것 같다. 직역하면 불타가 설한 뛰어난 법을 의미한다. 불교의 역사는 원시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의 세 단계로 구분되는데 불타입멸 후 1백년이 지날 무렵, 단일성을 유지해 오던 불교교단이 상좌부와 대중부로 근본분열하고, 다시 3차례에 걸쳐 분열을 거듭한 끝에 18~20개 부파로 나뉘어 지는데 이 시기의 불교를 부파불교 즉 아비달마불교라 한다. 특히 아비달마불교는 형식적으로 소승불교의 범주에 해당된다.
권 교수는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아비달마불교는 논의를 위한 논의, 번쇄한 이론체계, 자신의 열반만을 추구하는 자리(自利)의 불교라는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비달마불교는 원시불교 성전에 관한 가장 빠른 시기에 성립한 직접적인 해석체계이므로 이것에 대한 이해는 원시불교를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집필 의도를 밝힌다. <아비달마불교>에서는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설했던 8만4천의 법문을 온갖 언어적 개념으로 정리 해석하고 있다.
이른바 ‘아비달마’로 일컬어지는 방대한 문헌들을 산출했으며, 그 정점이 바로 <아비달마구사론>이다. 그래서 ‘구사학(俱舍學)’은 전통적으로 불교학의 기초학문으로 인식돼 왔다. 이런 <구사론>을 바탕으로 저술된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아비달마’의 본질이다. 아비달마의 본질은 바로 부처님의 깨달음이지만, 그것이 세간에 드러나기 위해서는 언어적 개념으로 정리되고 해석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한다. 2장의 ‘존재의 분석’에서는 언어적 개념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그 관계에 대해 밝힌다. 이를테면 분노라는 현상은 사실 자체로는 단일하지만 온갖 원인과 조건이 얽히고 설켜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정신현상으로 이른바 ‘제법분별(諸法分別)’로 일컬어지는 존재의 분석을 통해 영원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않음을 일깨워 준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분노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며 그것이 바로 열반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3장에서는 온갖 번뇌와 업에 의해 야기되는 ‘미혹에 대해’, 4장에서는 존재실상에 대한 통찰에서 드러나는 열반 즉 ‘깨달음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마지막장은 아비달마불교가 이론위주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금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한 필자의 배려가 곳곳에 스며 있다. 또 입문서 개념으로 기획된 것이여서 인지 온갖 개념과 용어를 가급적 줄이거나 쉽게 풀어쓰려 노력했던 흔적이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해 준다.
‘아비달마불교’
권오민
민족사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