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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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오래된 시집
임연태
현대불교 편집부장

내게는 오래된 시집이 한 권 있다. 표지 좌측 상단에 자명 황청원 박진관 시집이란 명조체가 있고 중앙에는 ‘歸鄕’이라는 글씨가 붉은 명조체로 새겨져 있다.

1979년 한국문학사에서 펴낸 이 시집은 당시 동국대에 재학 중인 세 스님의 작품이다.

미당 서정주 선생이 서문을 쓰고, 송혁 선생이 시 세계를 조망하고, 정현종 시인이 발문을 붙였으니 대가들의 시선도 상당하게 끌었던 시집이다. 구절구절 젊은 스님들의 시에 대한 열정을 칭찬하고 있다.

이 시집의 첫 표지를 넘기면 황청원 시인의 서명이 나온다. 나는 당시 청원 스님에게 이 시집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중하게 이 시집을 간직하고 있다. 세 스님의 열정만큼이나 나도 시인을 지망하는 문학 소년의 열병을 앓으면서 살아온 까닭이다. 그 시집 속에는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아직 숫총각인 채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시집을 엮은 세 스님. 그들의 삶을 나는 지금까지도 엿보고 있다. 환속하여 시를 쓰면서 불교방송을 통해 불음(佛音)을 전파하는 황청원 시인.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곳에서 운동가로 살면서 이른바 시국적인 단어들을 화두로 투쟁의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진관스님(불교인권위원장). 그리고 설악산 백담계곡 무금선실(無今禪室)에서 3년 결사를 맺어 용맹정진하고 있는 자명스님.
지금은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화두를 챙겨들고 있지만, 치열한 그들의 삶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내게 낡은 시집 한 권으로 남아 있는 24년 전의 그 젊음이 세 분에게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음이겠다.
2003-04-11 오전 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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