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왜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를 침공하였나. 이번 전쟁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이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하나씩 풀어보자.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이유는 테러국가에 대한 응징, 석유자원의 확보, 첨단군사무기의 실험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이번 전쟁은 유엔의 결의를 거쳐 합의된 결론을 가지고 이라크를 고립시키는 외교 전략과 군사대응방책을 동시에 하려다가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하여 국제사회가 등을 돌리자 미·영 연합군만이 전쟁을 수행하게 된 것이 아니던가.
전쟁이 끝난 후 미·영의 세계지배구도는 이라크를 교두보로 유지하면서 친미세력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범아랍국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라시아 지역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는 러시아·중국에 대한 지역적 봉쇄작전을 펴서 세계의 판도를 확고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도덕성’(Morality)이라는 것으로, 미국은 세계에서 1등가는 나라가 아니라 1등부터 190등까지의 나라를 통솔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가 독재정치, 인권탄압 등을 자행한다면 세계의 경찰관으로서 그 나라에 대하여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압력을 가한다. 이런 입장에 대하여 많은 국가들은 ‘도덕성의 잣대가 불명확하다’, ‘황야의 무법자와 무엇이 다른가’, ‘미국은 아직도 람보와 같은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두번째는 ‘자국의 이익추구’(National interest)정책이다. 다른 나라가 어찌되었던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 추구하면 된다는 지극히 이기주의적 가치관이다.
이 도덕성추구정책(민주당)과 자국이익추구정책(공화당)은 대외정책의 근간을 이루면서 마치 야구에서 수비가 끝나면 공격이 되고, 공격이 끝나면 수비가 되듯이 번갈아 가면서 시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부시행정부는 이 두 가지의 잣대를 동시에 제시하면서 다른 나라들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미국의 독불장군식 정책기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세계역사의 흐름은 제1차 세계체제(식민지쟁탈시대)와 제2차 세계체제(산업혁명시대)를 거쳐 제3차 세계체제(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돌입했다고 본다. 제3차 세계체제는 미·소간의 패권경쟁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전횡을 하는 시대를 말한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우루과이라운드, WTO, 환경라운드 등을 비롯한 ‘미국식의 표준’을 세계 각국에 들이대는 것이다. 제1차 세계체제가 330년간 지속되었고 제2차 세계체제도 200년간 지속되었으므로 역사의 탄력법칙에 따라 제3차 세계체제도 앞으로 200~300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이러한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번 이라크 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논리적으로는 반전(反戰)을 해야 하고, 파병을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사의 흐름과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국제관계로 볼 때는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의 대립현상이 마치 목숨을 내걸고 하는 듯 하다. 우리나라는 지역간대립, 세대간 대립에다 이제는 참전, 반전의 대립이 하나 더 보태졌다. 이제 이러한 대립적 관계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