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화택(火宅)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쟁회오리가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다. 탐진치로 인한 처참한 살육의 장을 대다수 세계인들은 그저 절망과 안타까움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전쟁 반대,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가 진행, 절절한 참회의 장(場)이 되고 있다. 3월 28일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시작된 삼보일배에서 수경스님과 문규현신부는 두 달동안 305km의 거리를, 세 걸음마다 오체투지 발로참회하며 전쟁 반대와 새만금 살리기를 호소하고 있다. 장장 7백리에 달하는 고난의 행군은 5월 26일 서울 조계사에서 회향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종교·환경 단체는 물론 세계의 환경가들은 세계 5대 갯벌중 하나인 천혜의 자원 새만금의 간척사업을 꾸준히 반대해 왔다. 개발에 엄청난 거금이 투입되었고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이유 등으로 갯벌간척이 그대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역대 정권은 이를 무시했다. 무차별 환경파괴로 인한 과보가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재앙으로 나타날지 상상하기 조차 두렵다.
이번 ‘삼보일배’에서 주목되는 점은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뿐 아니라 개신교 목사, 원불교 교무 등 여러 종교인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근의 사찰과 성당, 원불교 교당 등에서 삼보일배에 직접 참여(일정 거리)할 뿐 아니라 식사를 제공하는 등 힘을 모아주고 있어 뜻깊다. 우리 종교인들이 마음을 합해 간절하게 하는 참회기도가 인류평화 정착과 상생(相生) 정신 확산에 일조하리라 믿는다.
현 정부도 하루빨리 ‘새만금 삼보일배’에 담긴 간절한 염원을 읽고 공사를 즉각 중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