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47년 부처님 오신 날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 왔다. 전국의 사찰에서는 연등을 만들고 전기 시설을 점검하는 등 봉축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신행단체들도 봉축 행사 준비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봉축위원회도 연등축제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연일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봉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올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마음이 예년과 달리 ‘무겁다’는 불자들이 많다. 이라크 전쟁과 괴질 공포, 경제 불안 등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위축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왜 오셨는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불성을 지닌 존귀한 존재임을 일깨우기 위해 오셨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축제를 준비하는 마음 한 켠에 불안과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행의 궁극이라 할 깨달음은 전쟁과 질병, 범죄와 같은 악한 인연을 제거하는데서 열리기 시작한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절신한 것은 평화의 실현이다.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건 전쟁은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유린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기에 하루 속히 중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 만들기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올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행해지는 봉축 행사들도 모든 중생의 평화 실현 의지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기획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