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해마다 학기 초가 되면 생기는 학부모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내 아이가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자녀가 집단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있다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구미장애인복지관장 시용 스님(천태종복지재단정책실장)에게 들어본다.
▷실태=2002년 7월 실시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전국 92개교, 학생 5687명 대상)에 따르면 ‘왕따’를 포함한 학교폭력을 경험한 고등학생은 9.1%, 중학생은 19.4%, 초등학생은 27.3%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왕따 현상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라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개 성적이 떨어지고 말을 더듬거나 옷차림이 특이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지만 공부를 잘하거나 잘생겨도, 집이 부자라도 왕따를 당한다. 또래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왕따에 참여할까.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2002년 11월, 학생 500명 대상, 중복응답) 결과에 따르면 다른 아이를 왕따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장난삼아서(46.2%)와 재미있어서(41.4%)였다. 또한 자기가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란 답도 31.4%나 됐다. 이러한 가해자들은 왕따를 통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따돌림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의 대처법=최근 들어 아이가 불안ㆍ초초해 하거나 짜증을 잘 내고 잠을 설친다든가,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전학을 보내달라고 한다면 왕따를 의심해 봐야한다. 또 학용품이나 소지품이 자주 없어지고 용돈을 자주 요구하는 것도 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용 스님은 “사회성 부족이나 비타협적인 성격 때문에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것은 부모의 잘못된 교육법과 자녀와의 대화 부족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왕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구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간에도 대화 훈련이 필요하다는 시용 스님은 “항상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는 당황하거나 가해자의 학부모에게 감정적인 대응을 해서는 안된다. 자녀들이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위로하고 격려해서 ‘왜 왕따를 당했는지’ ‘언제부터 따돌렸는지’ 등을 파악한다. 또한 자녀의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피해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학교측에 즉각 알려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삼전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사이버왕따상담실(www.cyberwangdda.or.kr)’이나 전문상담기관의 ‘집단활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왕따’ 극복하기
1. 피해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며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2. 가해자의 부모를 만날 때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다.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해자의 잘못된 행동을 전달하고 시정하도록 요구한다.
3. 자녀가 학교를 거부하고 강력하게 전학을 요구할 경우 문제가 해결된 후에 전학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4.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느낄 경우 전문상담원, 의사,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문제가 해결된 후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5. 자녀를 무조건 감싸는 것은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쁜 길로 가도록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6.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녀를 야단치거나 면박을 주지 않는다. 자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친구들에게 환대받지 못한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7.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지 남을 따돌리는 행동은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도록 지도한다.
8. 대화의 기술을 가르친다. 감정이 상했을 때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는 부드럽게 말하기, 남의 말에 먼저 귀 기울이기 등을 생활화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