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을 돌아보며..(4. 8. 화)
알립니다.
오전에는 개었지만 오후부터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붐. 기온도 낮음
간밤에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 밖에서 텐트 치고 자던 사람들은 잠을 설쳤습니다. 어제 일기예보에는 오늘 오전까지 비 올 확률이 70%였고, 새벽까지 비가 많이 내리더니 아침에는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었습니다.
오늘은 좀 쉴 수 있을까 했더니 오전에는 비에 젖고 흙탕물에 버린 천막과 바닥깔개 등을 씻고 정비한 다음 오후에는 삼보일배 순례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목사님의 말씀대로 우리 순례단에게는 비오는 날이 '안식일'인데 우리에게 안식은 언제 올까 기다려집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분에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거의 2킬로미터에 달하는 금강하구둑을 지나면 바로 서천환경운동연합이 사용하고 있는 금강환경교육센터가 있는데, 그 사무실이 오늘의 숙소입니다.
커다란 배수갑문과 둑을 지나 금강을 건너는데, 배수갑문과 근처 사무실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커다란 농업기반공사 간판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1990 년에 완공되고 1994년에 담수호가 되었다는 금강호의 물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누런 잿빛에 가까운 색깔을 띠고 있습니다. 비단결처럼 고왔을 강물이 이토록 오염된 것은 바로 농업기반공사가 강물을 막아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물의 흐름이 바뀐 것은 수질뿐만 아니라 토사 퇴적에도 영향을 주어 금강 하구에 있는 군산항의 준설비용이 연간 2백억원이라고 합니다. 그 준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또 얼마이며, 회유성 어류가 이동하지 못하고, 해양생태계의 중요한 보고이자 모태인 기수역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방해받으니 이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금강을 망쳐놓은 농업기반공사가 또다시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갯벌을 망치려드는 것이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입니다. 갯벌을 매립하여 농지를 만드는 것이 경제성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간척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그들은 우리의 귀중한 생태계를 파괴할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주범입니다.
이러한 인간들의 바보놀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금강하구에는 검은머리물떼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도요새 등 많은 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새와 야생동물을 위해서, 앞으로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질을 위해서 무분별한 간척과 개발 사업은 이제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한상렬목사님과 대전환경연합 박재묵·김경희 의장님과 민명수 고문님 등 여러분께서 순례단을 방문하고 힘을 주셨습니다.
아침 밥은 원불교 남군산교당에서 점심은 조촌성당에서, 저녁은 옥봉성당에서 준비해 주셨고, 잠자리는 서천환경운동연합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