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는 불교가 분열하기 이전의 불교를 말한다. 따라서 대승불교에 의해 소승불교로 비판받았던 부파불교와 초기불교는 엄연히 구별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초기불교를 소승불교로 오해하고 있다.”
최근 한국불교에서 절대적 권위를 지녔던 간화선의 위기론이 일부에서 제기되면서 초기불교가 조명을 받고 있다. 초기불교 경전인 ‘빠알리 니까야’의 한글 번역서가 잇달아 출간되고 초기불교 수행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반면 한쪽에서는 ‘초기불교 근본주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불교 계간지 <불교평론> 봄호(통권 14호)가 특집으로 다룬 ‘초기불교를 다시 본다’는, 그 어느 쪽이든 제대로 된 초기불교 이해를 통해 오늘의 한국불교를 다시 보자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중표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초기불교는 대승불교에서 비판하는 부파불교가 아닌데도 <아함경>과 같은 초기불교의 경전이 부파불교에 의해 전승돼 왔고, 부파불교의 소의경전이기 때문에 대승불교권에서는 소승경전으로 무시하거나 가볍게 취급해 왔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왜곡의 결과는 대승불교에 대한 이해마저 왜곡시켰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가 초기불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초기불교가 대ㆍ소승을 포함한 모든 불교의 뿌리이고, 후대의 불교는 모두 초기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초기불교는 대승불교의 뿌리이기 때문에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대승불교는 결코 바르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기 교단사를 전공한 이자랑 박사(동국대 강사)는 율장에 나타난 인도불교 승단의 생활을 살펴봤다. 이 박사는 “율장에서 확인되는 인도불교 승단의 모습은 의외로 재가신자와의 접촉도 빈번하며 의식주에 관해서도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출가의 목적이 의식주 생활의 제한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불교 승단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출가자의 신분에 어울리는 행동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가 재가신자의 평가였다는 점이다. 이 박사는 “불교 승단은 재가자의 평판에 매우 민감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율장의 수많은 규정이 재가자의 권유나 비난을 계기로 제정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율장을 통해 이해하는 한 재가자의 눈에 비친 모습과 그 판단이 출가생활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초기불교 수행의 요체인 팔정도와 실제 수행법인 사념처관과 호흡관법을 소개한 미산 스님은 “초기불교 수행법이 후기에 발달된 모든 불교 수행법의 이론적 근거와 실제적 토대를 이루긴 하지만 초기불교만이 붓다의 가르침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고 그밖의 다른 전통은 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에서 일탈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시기와 장소에 상관없이 불교의 바른 수행 전통을 보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