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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갯벌 살리기 3보 1배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제가 먼저 목숨을 바칠 각오로 삼보일배(三步一拜) 참회의 기도를 시작합니다. 한 걸음 내디디며 전생 현생 제가 지은 죄를 고해하고, 한 걸음 내디디며 치열하지 못한 수행의 자세를 가다듬고, 한 걸음 내디디며 두 손 모아 발로참회의 절을 올리겠습니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일체 중생의 마음이 청정하고, 하나의 몸이 청정하면 모든 중생의 몸이 청정하고, 하나의 국토가 청정하면 일체 국토가 청정하다고 했으니, 제가 먼저 청정해질 때까지 동체대비의 길을 가고 또 가겠습니다. 탈진해 쓰러지는 저의 몸 속에 마침내 환하게 꽃피는 봄날이 멀지 않았습니다."(수경스님의 ‘삼보일배 발로참회를 시작하면'서 중)

3월 28일 부안 해창갯벌.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가 시작됐다.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과 문규현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를 비롯, 이희운 목사(기독생명연대 사무처장), 김경일 교무(원불교 문화교당 주임교무) 등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서 김제 죽산, 군산, 서천, 웅천, 보령, 홍성, 예산, 아산, 천안, 평택, 수원, 안양, 서울 구로, 영등포, 여의도, 광화문까지. 두 달 동안 약 300km. 삼보일배로 참회의 길을 걷는 스님과 신부, 목사 뒤로는 전국 각지에서 온 300여명이 조용히 있었다.

입재식은 오영숙 수녀(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의 사회로 이선종 교무(원불교 천지보은회 상임대표)가 새만금 간척사업 12년째를 상징하는 12번의 경종 소리로 시작됐다. 최열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의 여는 말과 전북도립국악원 배승현 씨의 살풀이 춤이 이어졌다.

박경조 신부(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는 지지발언을 통해 “새만금 갯벌이 죽어가고 있어 하느님도 부처님도 울고 있다”며 “3분 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뭇 생명들이 고통으로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보자”며 종교인들에게 제안했다.

지역어민 염정우(41, 남)씨도 “어제 만났던 마을 사람이 이제 떠나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 등이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 정진에 들어가 지역 주민으로서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이시재 교수(새만금 생명학회 부회장) 또한 “새만금 문제는 올해 방조제 공사가 끝날 예정이어서 금년이 고비”라며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은 자연생태에 가해지는 전쟁을 비폭력으로 막기 위해 삼보일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원택스님(녹색연합 공동대표)을 비롯한 4개 종교인들은 출발 선언문을 통해 “새만금 갯벌은 인간의 그릇된 허상과 탐욕이 빚고 있는 거대한 전쟁터”라고 지적하고 “농지조성 목적을 상실한 만큼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식량안보와 우량농지 확보를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가 한 순간에 자기 말을 뒤엎었다”며 “명분과 논리, 도덕성을 상실한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즉각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깨끗이 물러설 것”을 주장했다.

사랑의 실천 수녀회 소속 수녀들은 2달간의 고행을 떠나는 종교인들에게 ‘사랑으로’ 등의 노래로 기운을 북돋워줬다. 또 종교인들은 각자의 성소에서 종교별 기도회를 가졌다.

현봉스님(순천 송광사 주지), 세영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정견스님(조계종 사회국장) 등은 새만금 해창사(주지 수경)에서 “시방세계 모든 중생들을 공경하는 것이 부처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며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조화와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데 불제자들이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틱낫한 스님도 20여 수행자들과 함께 새만금 장승 주변에서 걷기명상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2001년 명동성당에서 정부종합청사까지, 2002년에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2003년은 부안 새만금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는 단순히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시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너는 나의 뿌리며, 나 또한 너의 뿌리’라는 화엄경의 연기론을 몸으로 실천하는 처절한 몸짓이었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03-31 오전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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