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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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로 다시태어난 고려불화
세계적으로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는 고려불화가 유화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세밀한 표현부분이 많음에도 굵은 질감의 유화로 불화를 그린 것은 기존 불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이례적인 작업으로 주목되고 있다.

서양화가 강록사(69)씨가 5년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끝에 완성한 ‘고려불화재현전’이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내 서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고려불화가 자랑스런 우리문화임에도 정작 일본에 소장돼 있는 것에 대한 회한을 풀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강화백은 일본 사찰을 수차례씩 드나들며 원화의 도판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열정이 넘치는 작업과정과 함께 특히 이번 전시가 눈길을 끄는 것은 고려불화를 유화로 그렸다는 점이다. 얼핏 생각해 그림을 조금만이라도 아는 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어떻게 머리카락처럼 정교한 ‘사라(그물망으로 된 옷)’를 걸치고 있는 수월관음도의 모습을 붓의 터치가 굵은 유화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강화백은 이런 고민을 덜어내기 위해 제일 가는 서예붓의 털을 모두 면도칼로 자른 다음 3~4 가닥만 남겨서 사용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100호 크기(높이 162㎝)의 ‘수월관음’을 비롯해 ‘아미타여래’, ‘아미타삼존’, ‘아미타구존’, ‘지장보살’ 등 28점의 불화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합장하게 된다. 아름다운 모습의 불보살들이 직접 살아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함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고충도 많았다. 고희를 바라보는 노구에 수년동안 하루 10시간씩 매달리다 보니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특히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인지라 눈의 혹사는 가장 컸다. 또 고려불화가 대부분 7~8백년 이상된 것들이어서 손상된 부분이 많아 다양한 렌즈와 자료조사를 통해 원화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상당부분 필요했다. 그러나 창작한 그림도 두 점 들어있다. ‘백의 관음’ 왼쪽에 <반야심경>을 사경한 것이나, 아미타삼존중 양유관음의 모습에 반해 따로 떼어 그린 것은 강화백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다.

강록사 화백은 “보통 고려불화의 원화는 수성이 강한 석채를 사용해 습기에 약한 반면 유화는 기름성분이기 때문에 보존과 관리가 쉬워 그리기는 까다롭지만 수명이 훨씬 길다”며 “이런 유화적 질감의 특성 때문에 어렵지만 후손들에게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강화백은 “가장 작업하기 어려운 부분이 부처님의 얼굴을 점안할때”라며 “자비로운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반야심경>봉독을 하는 등 작업하기 전에 나름대로 점안식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3-29 오전 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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