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된 지 꼭 1달 만인 3월 27일 교계 출입기자들과 만나 그동안의 소감과 사면 문제 등 종단 현안 및 향후 종단 운영방침을 밝혔다.
▲당선 후 한 달간의 소감은?
-집행부 인선, 업무브리핑 외에도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접견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총무원장의 사회적 지위와 위상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많았다. 그런 만큼 책임이 더 무거움을 느낀다.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종단 현안은 무엇으로 판단하고 있나?
-한국불교역사문하기념관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일이다. 이는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한 큰 불사다. 또한 종단의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래야 계획적이고 목표점을 갖고 안정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래서 종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종단의 백년대계를 설계할 계획이다. 대정부특별위원회도 구성할 것이다.
▲비구니부 신설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비구니가 승단의 절반이다. 조단 인적 자원의 반을 차지하지만 역할을 주어져 있지 않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확대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비구니의 문화부장 임명이나 비구니부 신설이 율장정신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있는데...
-율은 수행을 목적으로 한 버팀목이자 디딤돌이다. 그러나 종무는 교화에 뜻을 둔 것이다. 이것은 소임을 맡긴다는 것이기 때문에 율장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법적 검토 및 개정 법률안 마련을 지시해 놓았다.
▲종회 종정연설에서 사면검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대상자에 멸빈자는 포함되는가?
-3월23일 사면복권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가졌다. 현재 제방의 고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면복권검토위원회 활동결과와 호법부의 행적조사 등 실무검토 결과를 토대로 처리할 것이다. 시기는 초파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멸빈자 포함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멸빈자가 포함된다 하더라도 징계 이후의 수행생활과 징계과정 등을 종합해 선별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98,99년 멸빈 징계자에 대한 징계 확정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현재 검토중인 사안이라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확정됐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할 사안이 아니다. 다만 종정 교시와 원로회의 유시가 있었기 때문에 새 집행부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종회에서 호법부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는데 새 호법부장 동의안 제출은 언제 할 생각인가?
-내일 속개되는 종회에서 할 것이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본인 부덕의 소치다. 종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아마도 종회의원들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새 호법부장으로 화엄사 전 주지인 종열스님을 추천해 놓았다. 잘 되리라 생각한다.
▲봉은사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가?
-종회 조사특위에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종무원칙에 의해 처리할 것이다.
▲조사특위에서 집행부와 합동으로 6개월 동안 실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실사는 집행부에서만 가능하다. 종회가 실사를 권고해오면 종무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조계사 주지 유임이 일부 스님의 추천에 의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
-그런 것이 아니다. 하던 사람이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조계사는 현재 벌려놓은 일이 많다. 하던 일이 끊겨서는 안된다.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가?
-선거 당시 공약했던 대로 대정부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정부 창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현안이 되고 있는 문화재위원회에 불교계 전문가가 포함되는 문제 등을 비롯해 불교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4~5시에 일어나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모를 정도로 산다. 81~85년까지 총무원에서 소임을 보면서 이곳 5층 숙소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새 건물이라서 편안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주 답답하다. 현관 철문을 내리면 꼼짝없이 철창신세다. 그래서 철문을 뜯으라고 지시했다. 몸이 피곤한 것은 견딜만한데, 정보가 너무 빨리 새나가는 것이 문제다. 며칠동안이라도 보안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도 꺼내기 전에 이미 밖에서 다 안다. 이런 것은 앞으로 엄벌할 것이다.
▲총무원 각 부서별로 업무보고를 다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개선해야 할 점은 많다. 과거보다 규모도 커지고 시대적 역할도 크게 늘었다. 문제는 종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가 하는 것이다. 94년 개혁종단 이후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조직을 재검토하고 시대에 부응하는 종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꿀 것이다. 제도개혁을 단순히 시스템 변화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승려노후복지 문제만 해도 종헌종법에는 제도적으로 복지시설을 두도록 돼 있지만 실체는 없다. 중앙신도회와 전국신도회를 합치라고 했는데, 이것도 제도개혁의 한 부분이다. 사찰 기채승인이 남발되는 것도 막을 것이다. 기채승인이 남발되면 종단이 빚더미에 앉게 된다. 상당수 사찰들이 주지가 바뀔 때마다 빚이 수천만원씩 남아있다. 종헌에서 기채승인을 명시해놓은 것은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허용하라는 뜻이다. 이런 종헌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주지 임기 내에 갚겠다는 식으로는 안된다. 악성 기채를 막고 종단 살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종단 정보화사업단의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종합적 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문인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런 인력을 보강해서 4월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다.
▲종단 조직구조 제도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육원과 포교원도 포함되나?
-전체가 다 포함된다. 교육과 포교도 결국 종단 살림이다. 교육원과 포교원이 고유권능을 갖고 있지만 총무원과 별개는 아니다.
▲25일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총리 주관 하에 북한산, 천성산 문제를 챙기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하는데, 노선검토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나?
-아직 정부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 다만 노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했고, 또 당선 후에도 백지화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검토위가 사심없이 일을 처리하겠다면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건교부는 합리적 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합리적인 것은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여론이 높다. 이에 대한 입장과 정부의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불교의 제일계율은 불살생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전쟁은 합리화될 수 없다. 종회의원 스님들도 전쟁반대와 파병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진정한 한미관계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교계 언론에 남다른 관심과 기대를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불교 언론은 불법 홍포라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불교를 외호하는 것도 불교언론의 큰 몫이다. 비판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불교 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것이다. 출입기자들과는 약속대로 자주 만나겠다. 내가 만나자고 하는데 잘 만나주지 않으면 나도 약속을 못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