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기 신문사에 '이번 전쟁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사를 보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다들 '압도적인 미군의 우세', '단기전에 끝낸다' 등의 기사만 냈을 뿐이다. 물론 그들에겐 필자의 글이 우습게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그곳에서 10년간 살아왔고 전쟁을 겪어봤던 사람의 생각이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쟁이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사실 몇 가지 간추려보자.

지형의 이점

이라크는 사막이라는 진형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땅굴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간 뒤 구멍에다가 막대기와 천 하나만 대놓으면 1시간도 안 되어 그 구멍 위에 모래가 쌓여 감쪽같은 위장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막에서의 지하벙커 게릴라전을 펼치는 전략이다. 이런 식으로 수만개의 벙커를 설치해 놓은 뒤 산발적으로 게릴라전을 펼친다면 미국은 손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

날씨의 이점

중동국가는 대부분의 영토가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날씨 또한 무덥기로 악명이 높다. 한여름의 평균 온도는 섭씨 45도를 웃돌며 새벽엔 거의 10도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일기온차가 심하기 때문에 이러한 날씨에 잘 적응되어 있는 이라크군에게는 분명 유리한 것이다.

또한 사막의 모래폭풍은 더욱 더 이라크군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아무리 미군이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여도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는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전 전투 경험자

이라크군은 거의 수십년간의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나라에서의 전쟁에 대한 노하우가 엄청나다. 이란과의 전쟁, 쿠웨이트에서의 전쟁 등 많은 실전 전투경험이 많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이점

거의 90% 이상의 국민이 이슬람교도들이다. 그들의 신앙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한 종교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많은 논란의 소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들은 투철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되면 꼭 기도를 하고, 라마단이란 단식 기간에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바로 잡아간다. 그들은 모든 일을 '인샬라' 즉 '오직 신만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신의 계시라면 죽음도 불사할 각오를 하는 민족이다. 미국은 어떻게 보면 거대한 종교집단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생각하면 될 것이다.

생화학무기의 보유 논란

현재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는 오직 후세인과 그 측근만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왜 후세인은 미국을 타도하기 위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가?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후세인이 만약 현 시점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의 침공을 정당화하는 여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UN 또한 이번 전쟁을 묵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후세인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사용을 안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명분은 점점 소멸하게 되며 여론은 점차 이라크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반전시위는 점차 강해질 것이며 미국의 입지는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방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주요 시설에 민간인들을 배치시킴으로써 그 목표물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만약 한 시민이 인간방패가 될 것을 거부하면 그는 바로 배반자로 지목돼 그 자리에서 처형 당한다.

강대국들의 전쟁반대

소련, 중국 등 많은 강대국들이 미국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언론사의 뉴스를 인용해보면 소련의 기술자들이 이라크를 돕고 있다는 말도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의 전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반전시위

전세계에서 반전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반전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반전시위가 일어난다면 당연히 미국군 입장에선 전쟁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만 그만큼 이라크의 편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뜻은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없다는 말과도 같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미군들이 철수하는 것은 전쟁의 패배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며,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한 일이다.

오마이뉴스